지난 11일 익산역에서 치러진 ‘이리역 폭발사고 희생자 30주년 추모행사’는 수많은 시민이 함께했지만 주최측의 방향설정 오류로 그 의미가 손상됐다.

추모행사는 억울하게 숨진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고 그 바탕위에서 익산의 미래 건설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주최측 일부의 소아병적인 행태 때문에 익산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가 손상된다면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시민희생자 위령탑 건립 추진해야

첫째, 이날 행사의 주요 순서인 헌화가 익산역 구내 순직철도공무원위령탑 앞에서 진행됐다.

시민대표들로 구성된 추모사업추진회의 간부들과 주요 기관장,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헌화한 대상은 공무원순직자 만이었다.

폭발사고의 희생자는 모두 59명으로 이 중 시민희생자가 절대다수인 43명이다. 그런데도 이들 시민희생자에 대한 헌화는 없었다. 추모행사의 메인 팜플릿에도 ‘순직 철도공무원 위령탑에 대한 헌화’라고만 돼 있었다.

시민희생자 위령탑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반론은 말이 안된다. 물론 시민희생자 위령탑을 건립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공무원 위령탑 옆에 시민희생자 명단이라도 써 놓고 헌화를 했어야 했다.

추모사업회를 시민사회 유지인사들로 구성하도록 한 것은 익산시민의 행사가 돼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순직자만을 추모하는 듯한 행사로 흐른 것은 잘못이다.

국가기간철도망으로 인한 시민희생이 KTX정차역의 지렛대

둘째, 이리역 폭발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시민희생자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억울한 희생을 당한 경우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익산시민이나 익산지역이 실수해서 사고가 난 것이 전혀 아니었다. 왜 엉뚱한 사고로 익산시가 파괴되고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는가.

답은 자명하다. 익산역이 국가 기간철도망의 중추역이기 때문이다. 국가 기간수송망의 중추역이기 때문에 다이나마이트를 수송하는 열차가 익산역에 정차해 있다가 사고가 터진 것이다.

오늘날 KTX 정차역을 익산에 정할 수밖에 없는 근거는 바로 그 국가기간철도망에 있다.

따라서 지금에 와서 KTX 정차역을 익산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기간철도망 때문에 희생된 익산시민들의 영혼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KTX 익산정차역 문제를 어느 정치인 한두명이 해결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언어도단이다. 국가기간철도망이 그렇게 그려져 있고 그것을 변경시키려면 예산이 엄청나게 들고 그럴만한 이유도 없어서 경제성의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론난 것이다.

본 의원도 이미 2006년도 10월 국정감사 때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장에게 집중적으로 따져 묻고 변경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추모행사에서는 국가기간철도망 때문에 희생된 무고한 익산시민의 넋을 달래기 위해서도 KTX 익산정차역과 역세권에 정부 투자가 크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천명했어야 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과거 비극에 대한 추모만 있었지 그것을 지렛대로 삼은 익산의 미래 건설을 위한 요구가 부재했다. 그래서 비전이 없는 행사가 되고 말았다.

익산 출신 유력인사들의 기여를 막는 소아병적 행사

셋째, 익산의 미래 건설을 위해서는 이 지역 출신 유력인사들이 모두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추모행사가 지역 인사 위주로 치러진 것은 잘못이다. 이날 추모사를 한 분들을 보면 사업추진회장과 익산시장, 시의장, 도청 부지사, 지역구 국회의원 등으로 지역 대표성에 국한됐다.

그것도 기계적인 대표성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익산에 현주소를 두고 있어서 익산시민이며 또 이 지역에 의정활동을 위한 사무소를 두고 있는 전국구 국회의원인 본 의원도 일정한 대표성을 갖는데도 배제됐기 때문이다.

설령 익산에 살고 있지 않는 부산 출신 전국구 의원이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하더라도 그에게 추모사를 청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이날 행사에는 또 익산 출신인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도 참석했다. 행사의 취지를 정부에 알리고 정부의 재정투자 필요성을 전하기 위해서도 모처럼 지역행사에 참석한 청와대 인사를 적절히 예우했어야 옳았다.

일부 주최측이 정치인들간의 경쟁을 의식했고 교묘하게 불공정한 편들기를 한 것이다.

선거정국에서 정치적 경쟁자 배제는 불공정 넘어 불법행위

특히 선거 정국에서 정치인들의 연설 기회는 공정하게 지켜져야 한다. 모든 영역에서 공정성과 페어플레이는 민주주의의 생명이다.

지금은 대통령선거운동 기간이어서 정치인의 군중집회 연설은 사실상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지역사회의 합의아래 정치인에게 추모사 등을 맡긴다면 경쟁자들에게 최대한 균등하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것이 선거법의 입법 취지이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헌법상 동일한 지위를 갖는 전국구 국회의원이나 그 경쟁자들이 배제됐다.

이는 정치적 페어플레이 원칙과 선거법 입법취지에 어긋난다.

익산에서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된다면 이 고장 시민들의 명예와 자존심도 함께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 김재홍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