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은 지난 30년전 화약을 싣은 화차에서 폭발해 많은 희생자를 만들었던 '이리역 폭발사고'가 일어난 날이었다.

이렇게 어쩌구니없이 희생된 당시 이리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추모행사가 마치 철도직원들을 위한 추모행사로 전략했다는 지적들이 많이 일고 있다.

김재홍 의원이 지적했듯, 당시 이리시민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고 철도청과 한국화약(현 한화)의 잘못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저 집에서 편하게 월드컵축구를 보고 있었거나 옛 삼남극장에서 연예인들의 쇼를 즐기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가 날벼락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시민을 위한 위령탑 하나 없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흘러버린 시간이 30년. 유족들은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안고 지금껏 살아 온 것이다.

그래도 30년이 된 지난 11일. 잊지않고 추모행사를 연 것은 어찌보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이번 계기로 무고하게 희생된 시민들의 위령탑 건립에 익산시와 의회 그리고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뭘까?

사실 본 기자는 위령탑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이점에 대해 본 기자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지만 위령탑에 가보니 당시 폭발사고의 희생자는 모두 59명으로 이 중 시민희생자가 절대다수인 43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6명의 철도공무원에 대한 위령탑이었던 것이다.

이번 행사에 시민 약 2만여명이 참여했지만 결국 철도공무원의 넋을 기리는 행사였고 시민희생자는 구색 맞추기식으로 추모행사 무대에만 있었을 뿐이다.

물론 시민희생자에 대한 위령탑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고 유족을 생각했다면 철도직원 위령탑 옆에라도 희생자들의 명단을 함께 놓고 같이 헌화할 있도록 하거나 별도로 헌화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번 행사가 '익산, 세상을 포옹하다'라는 주제로 과거를 가슴에 묻고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철도청이나 한화 측에서 익산시와 시민들에게 사과라도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또한 남았다.

특히 당시에 유족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조차 없었고 위령탑 하나 없이 쓸쓸하게 보냈을 희생자들과 유족들은 세상을 포옹하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덜 됐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연예인을 대거 불러 쇼를 통해 희망찬 익산을 보여주고 아픈 과거를 털고 미래로 가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과거를 털기에는 아직도 깊은 상처가 남아있는 유족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그러므로 완전히 과거를 털기에는 아직도 멀기만 한 듯 보였다. 진정으로 철도청과 한화는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지금이라도 적절한 보상을 통해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한수 시장은 지난 10일에 상징거리 컷팅식을 위해 참석한 가운데 본 기자와 여러 내빈들 앞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시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위령탑을 빨리 세울 수 있도록 익산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