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농악, 익산 목발의 노래, 기세배 놀이와 더불어 익산의 무형 문화유산으로 손꼽히는 이리 향제 줄 풍류. 해마다 열리는 정기발표회와 함께 다양하고 지속적인 공연을 선보이며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 익산의 정취와 국악의 진면모를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선비문화의 진수 '줄 풍류'

유유히 부는 바람처럼, 잔잔히 흐르는 시내처럼, 자연친화적인 선비문화의 단면을 풍류(風流)라는 단어가 고스란히 담아내는 '줄 풍류'.

거문고, 가야금, 양금과 같은 현악기의 잔잔하고 구성진 가락과 함께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의 애틋함, 장고의 장단이 어우러져 깊이 있고 멋스러운 음색을 자아낸다.

지방에서 전승되는 현악영산회상곡을 '향제 줄 풍류'라 하는데 다스름, 본영산, 중영산, 세영산, 가락덜이, 상현환입, 세환입, 하현환입, 염불,타령, 군악, 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조가락도드리, 풍류 굿거리 등 9~14개의 음악을 이어서 연주하는 기악합주 조곡이다.

이러한 줄 풍류가 특히 익산 지역에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호남평야의 비옥하고 풍요로운 자연요건과 발달된 음식문화가 어우러져 일찍부터 선비들의 사랑방 문화가 발달 되었습니다. 그들이 즐겨 찾던 사랑채에서 시조와 가사, 가곡, 또 지금의 줄 풍류가 되었던 거문고와 가야금을 타며 차분하고 섬세한 전통 실내악을 만들어 갔습니다." 이리 향제 줄 풍류 이정호 회장의 설명이다.

지금은 이리향제 줄풍류와 구례향제 줄 풍류만이 그 명맥을 잇고 있어 소중함이 더하다.

활발한 활동으로 줄 풍류 전파하는 '이리 향제 줄 풍류'

신동에 위치한 이리 향제 줄 풍류(보존회장 이정호)는 가야금 기능 보유자인 강락승 선생과 거문고 보유자인 김규수 선생을 중심으로 2명의 전수조교를 비롯, 13명의 이수자와 31명의 전수생 등 총 46명의 보존회원들이 몸담고 있다.

이리 향제 줄 풍류는 지난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1987년에는 '이리 향제 줄 풍류 보존 단체'로 인정되면서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0년 일본 초정 공연을 시작으로 러시아, 싸이판, 캄보디아 등 해외 진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또 매년 열리는 정기 연주회를 열어 시민들과 한층 가까워지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악에 관심 있는 시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생을 수시로 모집해 줄 풍류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으며 북중학교와 동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전수하는 기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예술을 통한 미래와 장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줄 풍류 통해 익산의 문화 의식 한 단계 높일 계획"

이리향제 줄 풍류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이정호 회장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문화 코드와 흐름에 부응하여 변화와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형 문화유산은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입니다. 고정적으로 검증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유롭게 발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리 향제 줄 풍류 또한 관객과 시민들의 취향과 변화에 발맞추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07 익산 서동축제 소위원장으로도 활동한 이정호 회장은 또한 익산의 문화 의식을 높이는 노력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익산농악과 이리 향제 줄 풍류, 익산 목발의 노래, 기세배 놀이는 익산의 대표적 무형 문화유산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책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어 "없는 문화재도 새롭게 만드는 다른 지역의 문화적 관심도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죠. 문화적,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되는 문화유산은 어떠한 노력을 들여서라도 지키고 보존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전통 문화 유산에 대한 보다 높은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며 앞으로도 이리 향제 줄 풍류를 통해 시민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익산의 문화 의식을 높이는 데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