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2일경 익산시청 홈페이지에 한 시민이 '중앙초교는 S교회 주차장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려져 있었고 본 기자가 취재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들은 교회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와 이를 시정해 줄 것을 전한 뒤 좀 더 지켜보기로 했었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주차되어 있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취재에 나선 것이다.

이곳은 익산 이리중앙초등학교에 인접한 익산 S교회 교인들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학교측에서 내줘 일요일마다 운동하기 위해 오는 시민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 학교 건물 뒤로 높은 십자가 탑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익산 S교회이다.

학교 운동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 운영되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체육시설에 주차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든지 알 것이다.

국민의 건강증진과 시민들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휴일에는 학교 운동장을 개방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학교 운동장에 모래를 깔아주는 조건으로 합의해 주차를 하게 됐다"고 말한바 있다.

또한 주차안내를 하고 있는 한 교인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예배가 있을 때마다 번갈아가며 나가고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가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모래를 깔아주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그 조건으로 주차장으로 쓰겠다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운동장에 차량들의 타이어 자국들이 선명하게 찍혀있어 다음날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땅이 오히려 더 굳어져 딱딱한 땅으로 변하지는 않을까? 또한 비가 오는 날이면?

▲ 운동장 바닦에 선명하게 들어나 있는 차량 타이어 자국들.

물론 종교행사를 위해 오는 교인들의 차량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비좁은 주차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도 이해한다고 하자.

그러나 꼭 이 방법밖에 없을까?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싶어도 차량으로 인해 반쪽짜리 운동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또한 학교가 일요일마다 종교행사를 위해 주차장을 내어준 것 자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불가피하게 주차장을 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 종교행사인데도 말이다.

홈페이지에 올려진 시민의 글을 보면, "작금은 고유가로 시대로 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 아닌가"라며 "이번 기회에 자가용을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환경문제도 해결하고 승용차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에서 벗어나 대중교통을 타고 더넓고 더높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지는 아니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모처럼 가족의 손을 잡고 살깊은 대화도 나누고 자가용없는 서민들의 애환도 느끼면서 익산시의 대중교통의 문제점도 함께 고민하는 이것이 바로 성숙한 시민의식이요,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는 아닐런지요?"라며 지적했다.

사랑을 실천하고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만 편안하자고 종교가 없는 이웃들에게 불편을 줘야만 할까?

위 시민의 지적처럼 일요일 단 하루만이라도 대중교통(버스나 택시)을 이용해 익산 경제에 도움이 되어주고 가족끼리 버스 안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느림의 미학도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온난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일요일만이라도 청명한 하늘을 만들 수 있도록 차량은 각자의 집에서 쉬도록 하는 것 또한 작지만 큰 실천을 위해 기독교인이 먼저 앞장선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