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국회의원은 11일 익산시청 브리핑룸에서 로스쿨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으로 말미암아 지역사회에 악역향을 끼치게 됨을 사죄했다.

김 의원은 먼저 원광대학교 로스쿨 예비학교 선정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번 원광대학교가 로스쿨 대학으로 선정된 것은 원광대학교 교수들의 역량과 그 동안 사법시험 성적, 그리고 대학 운영주체의 비전과 지역 균형발전 등 종합적인 사항들을 깊이 있게 심사하여 신중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 결실에 대해서는 원광대학교의 교수들과 대학당국 및 재단,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면학에 힘써 온 재학생과 졸업 동문에게 아낌없는 치하를 드린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확정 발표도 아닌 예비 발표가 나오자마자 자신들이 공로자라면서 공치사를 하고 나섰다"며 "법조인 출신인 의원은 법조계 인맥을 활용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고, 원광대학 출신 의원은 모교를 위해서 정부측 여기 저기에 부탁을 했노라고 말하고 있으며 그러자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인 예비후보는 법학위원회에 익산 출신 인사를 추천하는 등 자신이 직접 개입했다고 밝혔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 예비후보가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사실을 밝힌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인제공자인 두 지역구의원보다는 사실을 말한 예비후보가 가장 큰 비난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며 "그 결과 탈락한 대학들은 법학전문대학원 선정이 무효라며 반발하는 논리와 이유를 익산의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예비후보의 발언에서 찾아 제시하게 됐다"며 두 지역의원을 질타했다.

이로인해 심각한 반발 움직임이 일자 청와대는 교육부에 재검토와 추가선정을 주문했다. 청와대와 교육부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원광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은 바뀌거나 최소한 정원 60명이 40명 이하로 감축 조정될 위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그 와중에서 교육부총리가 새 정부 출범 불과 20일을 앞두고 경질되기까지 했다. 예비발표 단계에서 행해진 지역 정치인들의 성급한 공치사가 대학을 얼마나 위험에 빠뜨렸으며 국정에 부담을 주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런 사태에 대해 저는 익산 출신 전국구 국회의원으로서 매우 부끄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이 문제를 물어오는 취재진에게 지난 5일 확정 발표가 나올 때까지 단 한마디도 답변하지 않은 채 자제했다며 당초 정부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수도권에 47%, 지방에 53%를 배정해 국가균형발전에 부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이명박 당선인측 인수위가 거꾸로 수도권 53%, 지방 47%로 바꾸어 버렸으며 국회 정무위원으로서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에 이런 점들을 지적하면서 법학전문대학원이 익산지역에 유치되도록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만,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한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자세히 열거하며 자랑할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밝힌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김재홍 의원은 익산의 KTX 정차역 결정에 대해서 어떤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공로라고 내세우는 것도 로스쿨의 경우와 똑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익산이 KTX 정차역으로 결정된 것은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첫째, 가장 큰 배경은 익산이 국가기간철도망의 주요 거점 역으로 설정돼 있으며 그것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며 투자 대 효과를 따져 보아도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정부 여러 관련부처들의 합일된 의견이었다.

둘째, KTX 정차역은 그것이 철도문제라고 해서 건설교통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정부의 최고 국정지표였던 지역균형발전을 관장하는 행정자치부, 산업체 분포를 고려하는 산업자원부, 국가 과학기술연구단지를 지원하는 과학기술부, 그리고 예산 투자를 따지는 기획예산처 등 최소한 5~6개 부처가 논의해서 결론을 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2개 이상의 부처가 관련된 정책을 조정하는 권한을 가진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역할을 맡게 됐는데 그러니까 어떤 의원이 건설교통위원이라고 해서 KTX 정차역을 도맡아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는 것.

셋째, 저는 국무총리실을 관장하는 국회 정무위원으로서 2006년 10월13일 국정감사 때 국무조정실장에게 “엄청난 예산 투자가 들어가는 KTX 정차역 변경이 타당성이 있는가” “앞으로 변경 가능성이 있는가”고 따져 물은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국무조정실장은 “익산 정차역은 이미 확정됐으며 앞으로 변경가능성은 없습니다”고 답변했으며 그는 “더 이상의 변경 논란은 소모일 뿐입니다”고 거듭 밝혔다고 한다.

이 국정감사 과정의 질문과 답변은 국회 속기록에 기록돼 있으며 그것을 근거로 10월15일자 전북일보 등에도 상세히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그 후에도 익산에서는 KTX 변경을 반대한다는 지역 국회의원의 회견과 토론회가 계속됐다며 대화와 토론은 좋지만 나중에 그것을 KTX 정차역 변경을 막은 역할이라고 내세운 일은 과장된 정치선전이라고 비판했다.

넷째, 익산은 1977년 11월 역에 정차해 있던 화물열차의 다이나마이트가 폭발해 75명(일반인59명+철도공무원16)이나 되는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손실을 입었다.

그것은 익산이 아무 잘못도 없이 당한 비극이었으며 단 한가지 이유는 바로 익산이 국가기간철도망의 주요 거점 역이었기에 폭발물을 적재한 화물열차가 정차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피해를 입은 익산에 이제 와서 KTX 정차역을 다른 데로 변경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화물열차 폭발로 숨진 무고한 75명의 영령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익산이 KTX 정차역이 된 것은 폭발사고까지 겪으면서 다져진 역사적 연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어떤 정치인이 나서서 모종의 작은 역할을 한 것을 내세우며 자신의 공로로 자랑한다면 이는 무서운 역사를 무시하는 탓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섯째, 따라서 익산 KTX 정차역은 국가기간철도망에 서린 이 지역의 애환의 역사, 지역 출신 인사들이 벌인 각기 제 위치에서의 노력, 그리고 시민들의 의지 등이 반영된 종합적인 결과물이지 그것을 어떤 정치인이든 가로채려 한다면 그것은 익산 시민에 대한 모독이다는 말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