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08년 2월 21일 음력으로는 1월 15일이다.

즉, 음력 1월 15일은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옛부터 전해오는 1년 중 그때그때 행해졌던 사회적 풍습)으로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정월 대보름이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우리 조상들은 음력을 사용했고 그러다보니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날을 중요시 여겼던 것이다.

▲ 달집 태우기, 올 한해도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가을에 있는 큰 명절 중 추석(음력 8월 15일)이 있다. 이 역시도 보름날이라는 점을 보아 우리 조상들이 매우 중요시하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달은 여신과 대지 그리고 여성원리와 연계되어 있으며 생산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다산을 상징하고 풍요를 상징하는 측면이 매우 강했기에 대보름은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와 한 해의 농사가 잘 되도록 비는 행사라고 볼 수 있다.

▲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

그렇다면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는 놀이는 무엇이 있을까?

익산에서는 기세배 놀이가 전북지방의 대표적인 민속놀이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기세배는 농경문화를 대표하는데 옛 마한과 백제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정월 대보름의 전통 놀이인 것이다.

이 놀이는 익산시 금마면 12개의 마을이 한자리에 모여 풍년을 기원하고 마을끼리의 협동심과 연대감을 조성시키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통놀이가 2000년 11월에 전라북도 지방무형문화재 25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정월 대보름의 백미는 아마도 달집태우기 일 것이다.

▲ 익산의 전통놀이 '기세배놀이'

달맞이를 하기 전에 마을의 뒷동산이나 높은 마루에 청년들이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짚.솔가지.땔감 등으로 덮고 뜨는 동쪽에 문을 내어 만든 것을 달집이라고 한다.

이 달집은 달이 막 떠오르는 순간에 불을 붙여 풍물을 치며 태우기 시작하는데 이 때 마을 주민들은 달집이 어떻게 타고 어느 곳으로 넘어지는지 살펴본다.

이는 훨훨 잘타면 풍년이 들고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고, 넘어지는 쪽의 마을은 풍년이 든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한 달집 속에 넣어두었던 대나무가 불에 타면서 터지는 소리가 나는데 이는 마을의 나쁜 귀신들이 이 소리를 듣고 달아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집에 불이 붙는 것을 신호로 논둑, 밭둑 등에서도 불을 놓는 것으로 ‘쥐불놀이’도 한다.

이러한 풍습은 논이나 밭에 불을 놓아 쥐를 쫓고, 갖가지의 병해충을 방제하는 효과도 있다.

요즘도 시골에 가면 밭이나 논에 불을 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바로 쥐불놀이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연'만들기도 힘드네. 어렸을 때는 잘 만들었는데^^;; 그렇지만 가족끼리 연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현대에 들어서는 이러한 쥐불놀이가 깡통 밑을 구멍내고 철사로 길게 줄을 만들어 각 종 땔감을 넣어 돌리기도 하는데 마을의 어린이들은 밤마다 돌리면서 화려한 불꽃 쇼를 만들기도 했지만 때론 산을 때우는 아찔한 순간도 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러한 놀이마저 사라지고 있어 아쉬움이 남기도 하는데 이는 화재위험과 아울러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없기도 해 정월 대보름에 즐길 수 있는 추억도 사라져가고 있다.

이외에도 대보름날 아침에는 부럼깨기라는 것을 하는데 이는 날밤, 호두, 은행, 잣, 땅콩 등의 건과류를 깨물면서 한 해 동안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원하기도 한다.

▲ 하늘에선 연이, 땅에선 기세배놀이

이는 건과류의 딱딱한 껍데기를 깨물 때 소리는 ‘탁’소리가 잡귀를 물러나게 한다는 믿음을 가졌던 것이다.

이 건과류가 암을 억제하고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거니와 우리 조상들이 행하고 있는 ‘부럼깨기’는 겨울동안 추위에 시달린 육체를 증강시켜 주기도 해 조상들의 슬기로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오곡밥이나 나물먹기도 행해지는데 오곡밥에는 찹쌀, 찰수수, 팥, 차조, 콩을 섞어 밥을 지어 먹는다.

▲ 춥지만 재미있고 신기해요

그리고 아홉 가지의 나물에 아홉 번 밥을 먹고 나무 아홉 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성이 다른 세 집 이상의 다른 사람과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음식먹는 풍습은 겨울 동안 없어진 입맛을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풍습이라 하겠다.

이와 더불어 연날리기, 남녀 줄다리기 등을 하면서 액을 날려 보내기도 하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기도 한다.

이에 지난 16일(토) 익산 영등동 시민공원에서 2008 익산정월대보름한마당 행사가 풍성하게 열렸다.

17개 시민사회단체, 문화단체가 함께 익산정월대보름한마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것과 잊혀졌던 옛 추억을 되살려보고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 고사리같은 손으로 장단을 맞추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너무 이쁘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체험마당에서는 소원쓰기, 쥐불놀이, 부럼깨기, 새끼꼬기, 전부치기, 연만들기, 윷놀이, 떡매치기, 전통놀이, 귀밝이술마시기, 강강술래 배우기 등 다양한 체험이 준비되어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한것은 물론 함께 참석한 엄마, 아빠들께도 오랜만에 즐겨보는 신나는 전통한마당이 되었다.

이어 5시부터는 사자춤, 기접놀이, 퓨전난타, 사물판굿, 판소리, 어린이 민요공연, 비나리 등 풍성한 문화행사가 준비되어 참석한 시민들의 흥을 돋우었다.

▲ 연을 날리고 있는 어린이

이날 행사는 날이 어두워지고 저녁 보름달이 떠오르면서 달집태우기로 절정을 이루었다. 주관단체 대표자들이 “하나, 둘, 셋” 하는 시민들의 함성소리에 맞추어 점화를 함과 동시에 달집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은 모든 이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참석한 시민들은 각자가 한지에 작성한 소원지를 달집과 함께 활활 태워보내면서 2008년 한해의 건강과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