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익산시에는 드라마 및 영화를 위한 세트장이 3곳으로 성당면에 있는 교도소 세트장, 여산면과 신흥동에 있는 서동요 세트장이 있다.

서동요 세트장은 드라마가 끝난 후 관광객은 물론 촬영이 이뤄지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었고 또한 관리조차 되질 않고 있다.

그리고 교도소 세트장은 지난 2006년 1월 9일에 개봉했던 1988년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지강헌을 다룬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이후 '거룩한 계보'등 다양한 영화촬영지로 각광받았던 곳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교도소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아 촬영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와중에 이곳 세트장에서 촬영하기로 했던 일부 드라마나 영화사들이 포기했다는 소문이 있었기에 무슨 상황인지 찾아가봤다.

지난 27일 오후. 한 드라마 촬영이 진행중인 가운데 교도소 운동장을 살펴봤다.

▲ 한참 촬영중인 드라마 관계자들. 바닦은 잔디지만 겨울철이라 맨땅처럼 보인다.

세트장 건물이 없다면 축구전용구장으로 착각할 정도다.

이유인 즉, 교도소 안에 죄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운동장인 이 곳에 잔디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예전에 성당면 와초리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였고 이곳에서 조기축구회는 운동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트장이 들어서면서 축구회원들이 마땅히 운동할 곳이 없었다가 지난해 이곳을 잔디를 설치해 축구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나 드라마 촬영시 이 잔디들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각 종 촬영장비와 함께 수많은 배우들과 스텝들은 구두를 신고 이곳 저곳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잔디는 12~2월에는 생장이 완전히 정지된 시기로 2월 하순부터는 잔디의 생장이 조금씩 개시되는 시기다.

즉, 겨울철에는 잔디를 훼손시키면 재생이 어렵다는 것이다.

▲ 각 종 촬영장비들로 인해 잔디가 훼손될 소지가 많다.

그렇지만 겨울철이라고 해도 촬영요청이 있으면 촬영지를 대여해야 할 것이다. 그건 바로 수입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겨울철에만 몰린다면 잔디는 성한 곳이 없어져 새로 잔디를 깔거나 관리하는데 수입보다 비용이 더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드라마 감독에게 물어봤다.

드라마 촬영하는데 잔디가 있는데 어떠냐?

그림이 좋게 나온다. 맨땅보다는 아무래도 낫다.

보통 교도소들은 맨땅인데 잔디가 나오면 현실하고 동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겨울이다보니 잔디가 푸르지 않고 땅과 비슷한 색깔이라 큰 무리는 없다.

만약 겨울이 아닌 잔디가 푸르른 계절에 촬영해도 교도소 장면으로 괜찮은가?

그것은 좀 아닌 것 같다. 교도소 운동장이 푸른 색깔인 잔디라면 촬영하지 않을 것이다.

짧지만 솔직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 어디에 가도 교도소 운동장에 잔디를 설치해 운영하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그만큼 현실성이 없는데다가 만약 위 감독의 말처럼 푸른 잔디가 있는 교도소 운동장 촬영은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많은 예산을 들여 지은 이 세트장은 조기축구회 전용구장으로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익산시가 세트장을 지어놓고도 관리조차 제대로 못하는 판에 이 곳 마저 촬영장소로서의 매력을 잃게 만든다면 결국 또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만다.

더구나 교도소 세트장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곳인데 다른 지역에도 세트장을 짓는다면 누가 찾아올 것인가?

결국 잔디로 설치한 것이 훗날 돈먹는 하마로 전략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촬영중에 잔디가 훼손되어 이를 복구하기 들어가는 비용은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조기축구회원들이 마음놓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그곳을 이용하자는 것도 이해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놓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많은 촬영을 유도해 익산을 알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데도 뭐가 그리 급해 잔디를 설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인근에 성당중학교(세트장에서 차로 2분거리-이곳은 잔디가 설치되어 있다)와 함라중학교(세트장에서 차로 5분거리)가 있어 충분히 그곳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푸르른 잔디가 돋아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곳에서 촬영하러 올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요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 현실과 동떨어지는 내용이나 장면이 나오면 바로 비판하는 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촬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조기축구회 운동장으로 활용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외지인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많은 노력과 방법을 동원해 주민들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유일한 교도소 세트장인 이곳이 아직도 촬영지로서의 가치가 높은데 급하게 잔디를 설치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훗날 촬영지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시점에 잔디를 설치해 성당면과 인근에 있는 함라면 주민들을 위한 쉼터로 제공해도 늦지는 않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