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기관인 국회.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제18대 총선에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자들이 명함을 나눠주며 얼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특히 통합민주당 공천을 앞두고 더욱 치열하다.

지난 6일. 익산 실내체육관에서 오후 7시 30분부터 한 공중파 방송의 가요프로그램 녹화가 있는 가운데 역시 이날도 예비후보자들이 대거 몰렸다.

본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조배숙, 김재홍, 윤승용, 정재혁, 강익현, 허영근, 이선기, 한병도(배우자와 보좌관이 나옴) 등이다.

예비후보자들과 배우자, 선거운동원 등이 함께 대거 몰려와 마치 경선 선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목청 높여 후보자 이름을 알리면서 명함을 나눠주고 있는 것.

그러나 이들 모두가 선거법 위반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선거법 제60조의 3(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 2항 2번에 보면,
자신의 성명·사진·전화번호·학력[정규학력과 이에 준하는 외국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력을 말한다]·경력 기타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게재한 길이 9센티미터 너비 5센티미터 이내의 명함을 직접 주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 다만, 지하철역구내 기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다수인이 왕래하거나 집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주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개정 2005·8·4>라고 되어 있다.

즉, 성명, 학력과 경력 등이 게재된 명함을 주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허용하되, 다수인이 왕래하거나 집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는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날 명함을 나눠준 모든 예비후보자들은 선거법 위반을 한 셈인데 이는 모 방송국 프로그램을 위해 집합하는 공개된 장소라는 점이다.

또한 선거법 제60조의3(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개정 2005·8·4>) 중 2항을 보면,

예비후보자가 그와 함께 다니는 자 중에서 지정한 1인과 예비후보자의 배우자(배우자 대신 예비후보자가 그의 직계존·비속 중에서 신고한 1인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하여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명함을 직접 줄 수 있다. 이 경우 예비후보자의 배우자는 예비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신설 2005·8·4>고 되어 있다.

익산 ‘을’ 조배숙 예비후보는 시의원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펼쳤다. 또한 국회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도 연신 후보자 이름을 외치며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또한 익산 ‘갑’ 한병도 예비후보는 이날 서울에 있는 관계로 배우자와 지정된 1인이 직접 나와 명함을 나눠주며 후보자 이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익산 '갑' 김재홍 예비후보도 역시 배우자와 보좌관이 나와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지만 김재홍 예비후보측은 배우자와 지정한 1인만 나눠주고 있음이 확인됐다.

강익현, 윤승용, 정재혁, 허영근, 이선기 예비후보등도 역시 배우자 및 지정된 1인이 나와 나눠주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예비후보자 중에는 지지자들도 나왔는데 공연을 보러 왔다가 만난 것인지 아니면 데리고 왔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결국 조직력에서 앞서는 현역의원이 선거법을 더욱 준수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선거법에는 배우자는 단독으로 다니면서 명함을 나눠주고 지지호소는 할 수 있지만 후보자가 지정한 1인은 후보자와 동행해야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한병도 예비후보측은 후보자 자신은 없었다.

조배숙 예비후보측은 선거운동원으로 지정된 자가 아닌 시의원들이 예비후보자 이름을 시민들에게 말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 이것도 선거법 위반인지는 정확한 유권해석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조배숙 예비후보는 법대를 나오고 현역의원으로서 모범을 지키고 더욱 엄격하게 법을 준수해야 함에도 말이다.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일부 예비후보자는 돌렸던 명함 중 버린 것을 주워 가져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방치했고 한 곳으로 치워져 있기도 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명함을 본 한 시민은 "어쩐데 아까워서 (낭비야 낭비)"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공정한 게임을 해야 하는 예비후보자들은 현역의원과는 또 다른 차이를 보여줬고 더구나 공천을 앞두고 더욱 과열현상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현재 여론조사가 진행 중이기에 명함을 돌려서라도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애타는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겠지만 국회에서 지키자고 만든 법을 무시하면서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법을 만들고 국민들로부터 지키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만든 법마저 지키지 않는 이들이 과연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얼마나 생각할까?

아무리 좋은 공약과 큰 인물이라고 해도 정작 사소한 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의원 자격이 없다.

요즘 장관 인선에 관련해 청문회를 열고 있는데 이 자리에 있는 의원들은 하나같이 도덕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엄격한 도덕성을 묻기 전에 자신부터 엄격한 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에 입성하겠다고 예비후보 신분부터 선거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민들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법을 제정하고 만드는 국회의원. 그렇지만 단호하게 묻고 싶다.

선거법마저 위반하면서 당선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