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동영상은 시사회장의 스케치와 연예인들의 인터뷰내용이다.

지난 9월 24일에 영화시사회 후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강이관 감독과 배우 문소리 이선균 김태우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이 말하는 [사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오늘 영화의 첫 선을 보인 소감과 인사말은?
[강이관 감독]
2001년도에, 서른 한 살 때 처음 이 생각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랑하는게 어려운가’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이런 영화게 나오게 될 줄 그때는 몰랐던 것 같다.

[문소리]
영화 보는 내내 몸이 좋지 않아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옛날 모습이 굉장히 낯설고, 신기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영화는 무서운 힘을 지닌 것 같아서 너무 뿌듯했고, 어떻게들 보셨는지 너무 궁금하다.

[김태우]
감독님 영화 잘 봤습니다.!!

[이선균]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잘 봤고, 개인적으로 내 연기만 보면 ‘좀 더 열심히 잘 해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 영화에 참여했다는 점이 굉장히 자랑스럽고 영광이다.

Q. 오랜만에 개봉되는 영화인데, 문소리씨는 4년 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문소리]
많이 안 늙은 것 같은데…지금 영화랑 내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얼굴이 조금 어려보이는 듯 하기도 하고, 좀 달라보이고. 헤어스타일도 바뀌었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마치 <박하사탕>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옛날 얼굴은 아닌데, ‘아, 내가 저때 저런 느낌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사과>를 보니 정말 20대 후반 30대 초반 한창 사랑을 느끼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던 나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고, 감독님이 어떻게 그 모습을 그렇게 고스란히 담아냈는지 신기하다.

영화 안에서 굉장히 여러가지 얼굴을 보이는데, 그것 역시 신기하다. 만감이 교차해서 횡설수설 하는 느낌이다.

Q. 실제 커플 50여명을 인터뷰해서 내용을 구성했다고 들었는데, 그 인터뷰로 인해 처음 의도와 달라진 부분이 있었는지?
[강이관 감독]
처음 4개월 정도 커플들을 인터뷰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은 어릴 때 어떻게 자라왔고, 이사람을 어떻게 만났고, 어떤 문제가 있고,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듣고, 그 여성의 남자친구를 만나 또 모든 것을 다 들었다. 나중에 보면 말하는 것과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많이 달랐다.

비밀보장을 전제로 계속 커플들을 소개받아서 범위를 넓혀나갔다. 나이, 직업 등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직장생활을 3~4년 한 여성,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성인이 또 한 번 크는 시기가 그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서 집중적으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때문에 에피소드가 변한 점이 있다면, 예를 들어 영화에서 현정과 상훈이 김밥을 먹으러 가는 장면에서 상훈은 별로 잘못한 것 같지 않은데 현정은 삐져서 헤어지자고 하는 부분이다.

어떤 인터뷰에서 한 남자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여자고, 몇번 만났는데 놀러간 어느 날 어색하고 썰렁하길래 장난으로 여자의 옆구리를 팍 찔렀더니 바로 헤어지자 했다는 말을 했다.

자신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응용해 이런 장면을 만들었다.

이번 영화는 해학으로 풀어가던 기존의 영화들과 조금 달랐다. 1970년대 당시 실제 수많은 우리나라 장병들이 베트남으로 향했고, 지금도 그때의 영향과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다.

그들에 대한 은혜와 감사를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너무 깊지도 않게 너무 얕지도 않게, 그것이 그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했다.

Q. 영화를 보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어떤 의미의 눈물인지 모르겠지만 찡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와 자기를 좋아해주는 남자 사이에서의 연기인데, 그 연기를 함에 있어 어떤 장면에서 가장 힘들었는지? 실제 문소리씨의 경우라면 둘 중 어떤 남자를 선호하는지?
[문소리]
연기를 하면서 감독님과 남자들이 바라는 여자의 모습이 있다는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헤어지고 나면 여자는 이럴 것이다. 여자는 이럴 때 이렇게 할꺼야’ 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그렇게 했으면 하고 바라는 점인 것 같다.

실제 여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실제 생활에서 어떤 정도로 표현해야 할까에 대해 많이 의논하고, 부닥치기도 하고, ‘왜 여자를 그렇게 표현하느냐’를 놓고 싸우기도 하면서 촬영했다. 굉장히 신중하게 어느 수위로 찍을지 고민했었다.

관계라는 것은 변하는 것 같다. 그 관계가 처음 설정된 그대로 가지 않는 것 같다. 이래서 내가 많이 좋아했지만,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당연해서 그런 것 같다. 사람일이라는 것은 그것이 늘 변하기 때문에 알 수 없고,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영화를 찍으며 그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다.

Q. 리얼한 연애나 결혼생활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문소리씨가 무대인사에서 감격스럽다고 말했는데 어떤 연유인지? 그리고 영화 촬영을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고 들었는데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두 남자배우들은 각자가 맡은 남자 캐릭터를 이해하고 배역을 소화했는지?
[문소리]
개봉을 앞두고 감격스러운 이유는 아마 다들 잘 아실 것이다. 감독을 비롯한 우리 배우들 모두에게 <사과>를 찍을 당시 그 영화는 인생에 있어 정말 특별하다 싶을 만큼 중요한 영화였다.

모두 각자의 이유였지만, 그런 심정으로 이 영화를 찍었고 그래서 현장은 어느때보다 진지하고 치열하고 재미있고 추억도 사건도 많았다. 걱정도 많이 하고 자신도 많이 하고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많이 되었다.

서로 자신의 배역에 너무 만족해있었다. 개봉을 하기까지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게 소중했던 만큼 관객들에게도 소중한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시련과 고통의 시간들이 우리에게는 더욱 값진 시간이었고, 네 사람이 너무나 친한 친구가 되었다.

사실 오랜만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굉장히 자주 만나고 지냈다.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함께 만나 값진 대화를 나누고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그런 영화라 우리에게 더더욱 소중하다.

[김태우]
<사과>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좋았던 점은 ‘상훈’ 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역할이 모두 공감이 갔다는 것이다. 따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 심지어 ‘민석’ 역도 탐나고 여자라면 ‘현정’도 탐날 만큼 공감대를 주는 시나리오였다.

내가 한 것은 그 캐릭터를 좀 더 깊고 폭 넓게 표현하는 것 뿐이었는데, 그런 부분은 촬영하면서 많이 대화를 나누면서 진행되었다. 쉽게 된 것은 아니지만 힘들거나 불편한 것은 없었고, 감독님이나 문소리씨 이선균씨가 많이 도움을 줘서 재미있고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선균]
지금 더 그 역할에 공감이 간다. 여행을 가서 뜬금 없이 “내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라고 이별을 통보하는 것에 이해가 안가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도 그 당시에는 100%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민석이도 어쩌면 관계에 있어 성장통을 겪은 것 같다.

누구를 좋아하고 마음을 준다는 것이 여러가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주고, 그런 것들이 고민을 준 것 같다. <사과>를 찍고 나 역시 이런 고민들을 많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그 역할에 더 공감이 가는 것 같다.

[문소리]
한국에 많은 영화와 남자배우들의 역할이 있지만, 대부분 강한 캐릭터들이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감독님과 내가 8개월 정도 기획 과정을 거쳤는데, 그 때 남자배우들 캐스팅 때문에 많은 배우들을 만나고 시나리오 이야기도 많이했다.

그 때 느낀 점은 ‘휴 그랜트’ 같이 멋진 남자, ‘브래드 피트’처럼 터프한 캐릭터를 잘 하고 많이 하지만, 평범한 남자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낼 배우는 없을지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이야기했다.

<사과>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는 굉장히 평범하고 소심한 마초의 한국 남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그런 캐릭터들을 두 배우가 매우 살아있는 캐릭터로 소화해낸 것 같아 너무 고마웠다. 한국에 이런 캐릭터를 이렇게 연기해주는 배우들이 있다는게 한국 영화계에 굉장히 소중한 일인 것 같다.

[김태우]
문소리씨는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너무나 연기를 잘하고 좋은 배우이다. 촬영 전에도 그런 기대가 있었고, 촬영을 하면서 배우로서 느낀 점은 작품 전체를 읽고 씬과 컷을 연기하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과는 티격태격 하기도 했지만, 털털하고 스탭들을 잘 챙기고 마치 큰 누나처럼 현장을 다독이면서 이끌어가는 힘이 있는 배우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았다.

배우로서 또 개인적으로 문소리씨와 촬영도 사적인 자리도 즐거웠고, 너무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 같아 기쁘다. 그런 의미에서 이선균씨와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너무 자주봐서 좀 그만 만나야 할 것 같다.

[이선균]
그 당시 문소리씨, 김태우씨와 함께 연기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영광이었다.

처음에는 약간 주눅들고 어려는데, 먼저 연락을 해서 같이 밥먹고 친구하자고 이야기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정말 많이 배웠다.

영화에 임하는 자세, 책임감, 꼼꼼히 하나씩 감독님과 이끌어가는 모습 등이 ‘아 이래서 지금 이자리에 있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후에 친해진 것은 모두 다 술을 좋아했기 때문인 것 같다.

Q. 이 영화를 찍을 대는 결혼 전이었고, 지금은 유부녀인데 결혼을 바라보는 생각이 그때 당시와 지금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만약 지금이라면 이 영화에서 이 부분을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 것 같은데, 어떤가?
[문소리]
결혼 전에는 계속 애 엄마 역할을 하다가 결혼하면 처녀 역할만 할까? 했더니 정말 아가씨 영화를 선보이게 되었다.

<사과>를 촬영하면서 사랑와 결혼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배운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시집을 잘 가지 않았을까?

<사과>를 찍을 때는 결혼이 굉장히 무섭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2006년에 부산영화제에서 지금의 남편이 이 영화를 먼저 봤는데, 12월 24일로 결혼 날짜를 잡아놓고 세상의 아무도 모를 때였다.

영화를 본 남편에게 영화를 본 소감을 물어봤더니 결혼이 너무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안하실래요?”라고 물어보니 결혼할거라며 손을 내저었다.

하긴 할 건데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무섭고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굉장히 두렵고 자신이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보며 느낀 것이지만 특별한 방법이나 기술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상대방을 조금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행복한 관계를 지속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고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첫사랑은 나타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미안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