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민주당, 익산갑)의원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부분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 갔는데 이용훈 대법원장의 삼성변호 전력 등으로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취임 전 변호사 시절 2003년 말 검찰이 배임죄로 기소한 허태학ㆍ박노빈 사건을 변론했었다.

이춘석 의원은 "이 원장이 에버랜드 전ㆍ현직 사장인 허태학ㆍ박노빈씨를 변호할 때 `CB를 저가 발행해도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서울고법이 무죄를 선고한 논리와 같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항소심에서 허태학ㆍ박노빈씨에게는 유죄를, 이 전 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며 "재벌은 처벌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판결이지,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원에 상고된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다면 이 원장이 회피신청을 해야 한다"며 "삼성사건에 대한 최종심이 어떻게 나는지에 따라 유사한 사건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민이 기대하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말하면 재판침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대답을 피했으며, 전원합의체 판결 시 대법원장이 빠진 전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이춘석 의원과 김용담 법원 행정처장 질의응답 내용

(편의 상 문=이춘석 의원, 답=김용담 법원행정처장으로 함)

문 요즘 이건희 사건에 대한 판결로 사회적 파장이 큽니다. 이런 가운데 이용훈 대법원장께서 취임하기 전에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 1심 재판의 변호를 맡았던 전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대법원장께선 2003년 말 검찰이 허태학․박노빈(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한 사건 변호인으로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해도 배임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변론했습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무죄 논리와 같습니다.

이렇다보니 삼성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심리와 판결이 제대로 되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대법원장 스스로 ‘회피’ 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문 전원합의체에 대법원장이 빠진 전례가 있습니까?

답 제 기억으로 없는 것 같습니다.

문 배당 논의 있었나요?

답 없었습니다.

문 대법원 내규에는 ‘변호사 경력이 있는 대법관이 일했던 법무법인 등에서 수임한 사건은 해당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에 배당하지 않는다(법인 퇴직 3년 뒤에는 가능)고 되어 있습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대법원장이 빠지지 않아도 내규를 어겼다고 할 수 없겠지만 이러한 내규의 정신은 대외적으로 공정하고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움이 없는 판결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용훈 대법원장께서 스스로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개별사건이기도 하고 부에서 재판을 하는데 이견이 있을 때 합의로 가는 건데 그걸 미리 판단해서 답변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문 이미 2003년 말 기소된 허태학․박노빈 사건은 유죄를 선고했는데, 이번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이건희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주범은 무죄라 하고, 종범은 유죄라고 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구체적 사건에 관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문 지난 10월 10일 서울고법 형사1부는 삼성 경영권불법승계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조세포탈부분을 제외하고는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수조원의 비자금을 불법으로 조성하여 운용했고, 이 자금을 검찰․관계 등에 로비하는데 썼으며, 경영권을 불법 승계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법원이 모두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 “재벌은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판결이라는 여론이 높습니다. 처장님께서는 이런 판결을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죄송하지만 법원행정처의 입장에서는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바로 재판 독립 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질의는 하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문 국민적 논란이 커서 그렇습니다. ‘전환사채 헐값발행 = 회사손해’라는 것이 다수설이자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건희 사건 1․2심 재판부는 다수설과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구체적으로 사건이 쟁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개별 사건을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문 개별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사채 헐값발행=회사손해’라는 등식이 다수설이고 대법원 판례냐고 묻는 것입니다.

답 예, 그렇습니다.

문 지난 10월 10일 항소심 판결이 다수설과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답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가 없습니다. 학설상으로도 논란이 많이 있고, 판례도 딱 떨어진다고 얘기는 되지 않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그 부분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서 답변을 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문 사회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려놓고, 법리에는 맞는다고 하면, 이것을 옳은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법리적 판단에 따른다는 사법부의 판결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안 진다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이 사건 2심판결을 대법원이 유지하면 재벌들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막을 길이 없게 됩니다. 사법부는 엄격하게 판결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 하도록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해주시기 바랍니다.

삼성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 만큼, 공정하고 엄격한 판결을 위해 바른 처신을 보여주실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