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식을 사면 큰 부자 된단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따따부따할 수밖에 없는 오늘이 새삼 서글프다. 그가 자연인 이명박이 아니라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귀국 전, 미국 동포들과 간담회 자리였다. 대통령은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라면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에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경험도 덧붙였다. “IMF 때 워싱턴에 잠깐 있었는데 그 때 한국 가서 주식사고 부동산 사고해서 큰 부자가 된 사람을 봤다. 자기 이익이지만 어려울 때 사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외환위기 때도 주식, 부동산 사 큰 부자 된 사람 봤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전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미국 동포들이 한국 증시와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니다. 미국 동포가 투자를 하더라도 얼마나 하겠는가? 더구나 큰 부자 되라는 대통령의 깜냥을 어떻게 읽어야 옳은가.

그의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9월이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신은) 직접투자가 불가능하지만 펀드라도 사겠다”고 흘렸다. 10월에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만나 점심을 먹을 때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언죽번죽 말했다.

어떤가. 경제 위기 해소의 심리적 효과를 노린 발언으로 더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에 앉아 세계적 경제 위기가 닥쳐오는 데 펀드를 사라거나 주식을 사라고 훈수한다. 물론, 자연인 이명박은 큰 부자다. 그가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가 알 길도 없다. 다만 자신이 큰 부자이고 경제를 살리겠다며 시장 골목까지 돌아 다녔던 게 유권자들을 유혹한 것은 사실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뭔가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살려야 할 노동자, 농민, 자영업인, 중소기업인은 모르쇠

하지만 전혀 아니다. 그는 정작 살려야 할 노동자, 농민, 빈민, 자영업인, 중소기업인은 모르쇠하고 부동산 부자와 재벌 살리기에 주력해왔다. 큰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해 온 큰부자 대통령이다. 법을 개정해 대통령 자신이 내는 세금을 해마다 수천만 원씩 ‘절감’했다. 지금 주식을 사면 큰 부자 된다고 나라 안팎에서 부르대는 대통령을 보며 과연 큰 부자는 다르다고 감탄해야 옳을까.

지금 한국 경제는, 더 정확하게는 이 나라 국민 대다수의 생활은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 대량 실업의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위기는 위기의식을 줄인다거나 심리적 효과를 강조한다고 해소될 위기가 아니다. 위기의 실체부터 정확히 인식해서 벅벅이 대응책을 세워갈 때다.

큰 부자를 위한 큰 부자 대통령, 위기 실체부터 인식할 때

그렇다. 대통령이 큰 부자 되라며 주식이나 부동산을 권할 때가 아니다. 설령 그의 말처럼 1년 뒤에 주식이 오르더라도 그 ‘혜택’을 볼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될까. 지금 당장 주식 살 돈은 물론, 입에 풀칠할 돈조차 없는 국민은 어쩌란 말인가. 지금 이 순간도 곰비임비 불거지는 ‘구조조정’ 앞에서 펀드나 주식 타령을 하는 대통령은 과연 누구의 대통령인가. 정녕 큰 부자를 위한 큰 부자 대통령인가?

명토박아 둔다. 자연인 이명박이라면 그가 제 아무리 큰 부자라고 해도 글을 쓸 가치조차 없다. 하지만 그는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하루에도 생계를 비관해 수십 명이 자살하는 나라의 대통령이다. 경제 칼바람이 몰아쳐오는 나라의 대통령이다. 그가 지금 주식을 사면 큰 부자 된단다. 남북관계도 파탄으로 치닫고 경제는 무장 어려워지는 지금 주식을 사면 큰 부자 된단다.

출처 : 오마이뉴스 블로그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 http://blog.ohmynews.com/sonseokchoon/233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