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살면서 제일 큰 아픔이 뭘까요?
이 세상을 살면서 제일 큰 슬픔이 뭘까요?

사랑하는 가족을 저 세상으로 보낼 때 제일 아프고 슬픔이 크다는 걸, 막내동생을 떠나 보낸 뒤에 알았습니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도 몰랐던 아픔과 슬픔이었습니다.

직접 당하지 않고서는 모른다고 하던 말이 실감이 나더군요. 꿈 많고 혈기왕성한 군인들이 동료로 인해 저 세상으로 먼저 가는 것을 봤을 때, 좀 더 오래 전 일어났던 효순, 미선양이 미군장갑차로 인해 숨진 사건을 봤을 때 또 그 외 많은 사건 사고로 이 땅을 떠난 많은 망자들을 보면서 그 순간에만 분노할 뿐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잊혀져 가곤 했지요.

2005년 8월 19일 오후 2시경. 점심을 먹고 난 후 나른한 오후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막내동생이라는 발신이 떴습니다. 전 '막내동생이 전화했구나' 하는 생각에 "그래 막내야"라고 먼저 말을 했으나, 제 전화 수화기로 들려오는 음성은 막내동생이 아니었습니다.

목포기독병원 원무과장이라면서 "오명도씨의 형이 되시나요?"라며 물어오는 음성. 직감적으로 동생에게 사고가 났구나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리고 난 후 심장을 찌르는 듯한 한 마디 "오명도씨가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현재 식물인간으로 오래 못 살 것 같습니다".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막내동생은 너무나 불쌍하게 지냈습니다.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했습니다. 부모님은 오래 전 이혼하셔서 홀로 4남매를 키워오신 어머니가 힘들까봐 운동을 하지 않던 막내가 럭비선수로 활동하면 수업료 면제 받는다는 말에,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그 힘들다던 럭비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단지 어머니에게 수업료 부담을 덜 주기 위해.

그러나 이 길이 막내동생 인생에 크나 큰 오류였습니다. 운동이 너무나 힘들어서 그리고 순간의 잘못으로 운동 선수들과 본드 흡입을 해 소년원에 가게 된 막내동생은 결국 학교 생활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 후 계속되는 가출. 저는 가출하는 막내를 데리러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10년간 가출을 하면서 막노동도 하고, 심지어 구걸도 했다고 하더군요.

2003년 7월 23일. 당뇨합병증으로 2년간 고생하시다가 저 세상으로 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못 본 막내는 아버지 돌아가신 후 1개월만에 집에 와서 그 사실을 알고 한없이 울었던 막내. 막내였기에 아버지의 사랑도 유달리 많이 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막내를 그렇게도 보고 싶다고 3일간이나 숨을 멈췄다가 다시 쉬면서 애타게 기다렸던 막내였습니다.

2005년 8월 20일. 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년 1개월만에 막내동생은 결국 아버지 곁으로 갔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고생한다고 이젠 정신차리고 효도하겠다고 선박회사에 취직하여 용접일을 배우겠다고, 돈 많이 벌어서 어머니가 하고 싶어 하던 가게를 차려주겠다고 하던 막내였는데….

그러나 이별을 이미 예견했던 것일까요? 막내동생은 유달리 그 해 생일을 챙겨달라고 보챘습니다. 그 전에는 생일이 오든 말든 신경 안 쓰고 그냥 지나쳤는데 그 해는 그렇게도 생일을 챙겨달라고….

이제서야 때늦은 후회를 한다고 해서 동생이 살아오진 않겠지요. 지금도 막내를 생각하며 슬픔에 젖곤 합니다. 소중한 나의 동생이었기에...이렇게 2005년도에 저에게는 큰 사건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잊지 못할 시간입니다.

아직까지도 제 귓가에 맴도는 동생의 음성이 들립니다. "큰형아. 우리 돈 많이 벌어서 작은형이라 누나랑 엄마랑 같이 집 짓고 살자. 그리고 사업이 힘들어서 고생하는 외삼촌들에게 도와주면서 살자."며 묵묵히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용서를 받고 사회인으로써 첫 발을 들인지 15일만에 죽음.

"엄마. 나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꺼야. 야근하면 월급이 더 많아지니깐 야근도 해서 빨리 돈 모아 엄마 아픈 병 낫게 하고 싶어. 엄마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내가 너무 엄마 속을 썩혀드려서 정말 미안해. 꼭 갚을께" 그러나 이 말을 한지 불과 며칠만에...

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슬픔이고 아픔인지.

제 막내는 저에게 그런 가르침을 주고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지금도 막내의 죽음을 가슴에 묻어두고 지낼 어머니. 그저 눈물 흘리며 그 아픔을 나눌 수밖에는 없더군요. 위로한들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묵묵히 울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제 막내가 이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자식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저희 어머니를 포함에 수많은 어머님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막내에게 전합니다.

"막내야. 이 형아는 니가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보았단다. 얼마나 아팠을까. 순간이나마 니가 흘린 그 눈물 난 영원히 잊지 못한다.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 형아가 더욱 노력할 것이고 슬픔이 뭔지 아픔이 뭔지 몰랐던 이 형아에게 깨우침을 준 너의 메시지를 내 가슴 속에 묻어두고 살련다. 이 형아가 너에게 한 번도 말해주지 못했던 말, 막내야 사랑한다."

저에게는 잊지 못할 2005년. 이제 마음을 추스리고 막내동생을 원했던 것을 해주기 위해 올해보다 더욱 열심히 살고 훗날 동생에게 갔을 때 막내로부터 "형아. 어서와"라며 반갑게 인사를 받고 싶습니다.

이후 계속된 우리 가족들의 수난사는 계속됐습니다. 막내 동생을 저 세상을 떠나 보낸 뒤 2개월 후 입양아를 키우며 행복해 했던 여동생이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도 치료가 잘 돼 지금은 잘 지내고 있지만 언제 재발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2008년 6월에는 또 다른 남동생이 심한 교통사고로 인해 1년동안 치료를 받으며 지냈고 지금도 다 낫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젠 제 차례인가요?

인터넷신문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했던 처음 그 마음이 점점 사그라지는 것은 아닌지...

신문사를 만들고 취재하는 것이 혹시 정치적이나 금전적으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하는 것인지 하며 의심의 눈초리도 심하고, 후원조차 그리고 광고조차 잘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왜 신문사를 이끌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저도 어렸을 때 무척 어렵고 힘들게 지냈던 옛 일이 있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으로 계속 하는 것이라고..."

돈을 못벌고 오히려 빚만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그 누구도 취재해주지 않는 소외계층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노라고 다짐하는 이유가 막내동생의 유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막내동생은 살아있을 때, "형 우리가 돈을 많이 벌면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사는 가족이 되자"고 말입니다.

그래서 비록 돈은 없지만 기사를 통해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그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고 그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본 기자는 빚에 허덕여도, 욕을 먹어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