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도ㆍ농 도시로 도시와 농촌이 같이 공존하고 있지만 농업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최근 로컬푸드와 이와 연계돼 있는 와일드푸드축제의 성공 사례를 듣기 위해 이웃에 있는 완주군을 찾아 임정엽 군수를 지난 추석 연휴 전날인 17일(화)에 만나봤다. 익산 농업의 미래를 알아보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기 위한 자리였다.

▲ 임정엽 완주군수

임정엽 군수는 "익산에서 난 것이 익산에서 우선 소비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 뒤, "생산자도 소비자도 불이익을 당하는 것인데, 누군가 중간에서 이익을 챙긴다는 결론 밖에 안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지역농업정책을 지역상황에 맞게 혁신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만 뒤따라 해서는 먹거리의 새질서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소농을 중심으로 다품목 소량생산을 장려하고, 농민가공 촉진 및 소비자 거점에 상설직매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 일의 성패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로컬푸드 철학에 동의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군수는 "현재 로컬푸드 직매장 3개소가 운영 중인데, 매장당 하루평균 1000~1500명의 소비자가 찾아 주고 있고 매장당 고정고객은 약 2만 명 정도로 일주일에 3~5번 방문하고 있다"면 "직매장으로 ‘먹거리 소비질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장당 1일 평균 매출액이 2000만 원, 연 70억 원 규모로 이용료 10%를 제(除)하고 63억 원을 300농가로 나누면 월급받는 액수가 150만 원이 된다"며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2개소를 더 개설하면 2000여 명의 소농들이 살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군수는 이로 인해 생길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빈익빈 부익부, 소농의 소외, 양극화 심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모두가 로컬푸드의 철학과 가치를 소중히 아껴야 할 것"이라는 것.

그러면서 "익산시의 농업인들에게 완주군은 로컬푸드 관련 정책, 경험, 자료, 시행착오 등 모든 것을 다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임 군수는 "올해 3번째를 맞는 '와일드푸드 축제'는 로컬푸드(얼굴있는 먹거리)의 가치를 지역 문화축제로 승화시킨 것"이라며 "이달 27일(금)부터 29일(일)까지 고산 자연휴양림 일원에서 열리는데 이번 축제의 주제는 ‘불을 피우자’로 화덕을 이용한 음식과 체험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와일드푸드 축제가 단 시간 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임 군수는 "지역축제의 최종 지향점은 단체장의 치적 홍보나 기득권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주민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한 소득과 지역 브랜드 제고가 아닐까?"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다음은 임정엽 완주군수와의 인터뷰 일문 일답이다.

Q. 완주군의 로컬푸드가 성공적이라는 이야기를 이곳 익산에서도 듣고 있습니다. 성공비결이 무엇인가요?

A. 완주군 로컬푸드의 성공에는 5년이란 긴 시간과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짧은 기간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봐야죠.

우선 철저한 준비에 나섰습니다. 2007년부터 파워빌리지 등 군 독자적인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일을 시작했고, 2009년부터는 지역공동체가 지역 어르신을 모시자는 두레농장을 시작했습니다.

또 커뮤니티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일자리 발굴과 육성에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기반들이 오늘 완주 로컬푸드의 든든한 배후기반이 됐습니다.

또한 로컬푸드의 핵심인 신선, 안전, 안심, 얼굴 대하기 등 4가지를 한치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매장출하 전 품목에 대해 57개 항목에 대한 자체 잔류농약 검사와 농업기술센터 내 별도의 로컬푸드 인증계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로컬푸드의 한 축인 농가의 자율적 강제를 위해 반복교육과 토론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냐’, ‘한번 금 간 신뢰는 다시 회복 어렵다’, ‘욕심 버리고 첫 마음과 원칙 지키자’고 거듭 강조한 것에 농민들이 공감하고, 이같은 진정성이 도시 소비자에게 전달된 것이 성공의 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Q. 군수님께서 로컬푸드를 시작한 계기가 있을 텐데요.

▲ 완주 로컬푸드 해피스테이션 효자동 직매장에서 일일점장에 나선 임정엽 군수(출처 : 임정엽 페이스북)

A. 현재 정부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팔아서 식량을 사먹자는 수입개방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곡물 기준 식량자급률은 22.6%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쌀 제외하면 5%도 안됩니다.

지난 1996년에는 유통 시장마저 개방돼 유통재벌이 골목상권까지 싹쓸이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농촌은 심각한 양극화를 겪고 있습니다. 1억 원 이상 농부가 2.7%라고 정부는 자랑합니다. 하지만 월 100만 원도 못 버는 농가가 전체의 65%에 이릅니다. 누구를 위한 농정입니까?

농촌의 몰락은 우리시민의 밥상안전이 위협받고, 이러한 부작용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된다는 것입니다. 농업ㆍ농촌 문제는 국민과 소비자 밥상과 직결되는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문제는 이를 이대로 둘 거냐는 것인데, 어디선가, 누군가는 이 흐름을 돌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완주군이 하자’, ‘전주 65만 시민과 완주 5,000여 소농을 엮자’고 생각했습니다.

열쇠는 소농중심 원칙, 중간유통과정 생략, 생산과 소비 연대인데 선진국 로컬푸드의 성공사례 분석, 한국형 모델 구상해 추진한 것입니다.

완주군 로컬푸드의 성공은 모든 농업문제 아니어도, ‘경쟁’과 ‘효율’ 일방으로 치닫는 한국농정에 터닝 포인트를 제공하고 실질적 대안임을 증명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Q. 경천 대추, 고산 곶감, 삼례 딸기, 봉동 생강 등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요. 제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가요? 더 유명한 것이 있다면 자랑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A. 예전에는 지역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이 지역 특산물이었습니다. 농업생산방식도 이같은 소득작목 중심으로 단작화됐고요.

그러나 시장개방과 품목간 지역간 무한경쟁으로 지금은 몇몇 품목이 아니라, 소비자 안전밥상을 통째로 보장하는 로컬푸드가 차별화한 지역이미지를 제고하는 시대입니다. 다시 말해 지역브랜드가 특산품 중심에서 가치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규모화 품목은 조합 공동법인 사업방식으로 기존 시장으로 출하하고, 다품목 소량은 로컬푸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입니다.

Q. 이러한 식품 역시 로컬푸드를 통해 판매가 되고 있겠군요. 로컬푸드 매장이 현재 몇 개가 운영되고 있나요? 어디에 있으며, 수익률은 어느 정도이며, 지역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완주 로컬푸드가 성공을 거두자 전국적으로 짝뚱로컬푸드가 생겨 이와 차별하기 위해 인증제를 하고 있는 완주군. 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임정엽 군수

A. 현재 직매장 3개소가 운영 중인데, 매장당 하루평균 1000~1500명의 소비자가 찾아 주십니다. 매장당 고정고객은 약 2만 명이 되고 일주일에 3~5번 방문합니다. 직매장으로 ‘먹거리 소비질서’가 바뀌고 있는 거죠.

매장당 1일 평균 매출액이 2000만 원, 연 70억 원 규모입니다. 이용료 10%를 제(除)하고 63억 원을 300농가로 나누면 월급받는 액수가 150만 원이 됩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 해서 2개소를 더 개설하면 2000여 명의 소농들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Q. 사실 익산은 도시와 농촌이 같이 공존하는 도ㆍ농 도시인데, 익산도 완주군처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살짝 공개할 수 있나요?

A. 우리 먹거리 유통질서가 많이 왜곡돼 있습니다. 익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익산에서 난 것이 익산에서 우선 소비될 수 없는 구조이지요. 생산자도 소비자도 불이익을 당하는 것인데, 누군가 중간에서 이익을 챙긴다는 결론 밖에 안 납니다.

우선 지역농업정책을 지역상황에 맞게 혁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앙 일방의 정책만 뒤따라해서는 먹거리의 새질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소농을 중심으로 다품목 소량생산을 장려하고, 농민가공 촉진 및 소비자 거점에 상설직매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이 일의 성패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로컬푸드 철학에 동의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로컬푸드는 어떻게 보면 농촌지역인 완주군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와 아울러 미래에는 식품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점에서 완주군의 로컬푸드 사업이 매우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요?

A. 로컬푸드의 1단계는 직매장과 스테이션 방식이구요, 2단계는 공공급식, 3단계는 음식점 연계(음식창의도시), 4단계는 나들가게 등과 연계한 숍인숍 방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에 전주시민대상 로컬푸드 설문을 했는데요, 핵심적 요구사항은 로컬푸드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도록 생활권 가까이 직매장을 개설해 달라는 점이었습니다. 실제 운영해 보니 전주권의 동-서-남-북, 그리고 시내 2개소 등 최소 6개의 거점 매장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2000농가는 직매장 방식으로, 나머지 1000농가는 꾸러미를 비롯해 학교급식, 공공급식, 음식점 등과 연계할 생각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대목은 로컬푸드가 유명세 타면서 상업농이나 대농들이 욕심을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짝퉁 로컬푸드’가 양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원래 로컬푸드는 다품목소량이 강점인 소농에게 어울리는 옷이고, 소농이 살아야 지역농업과 지역공동체 유지됩니다. 이는 익산시민은 물론이고 모두가 알아둬야 할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이에 완주군은 로컬푸드 관련 정책, 경험, 자료, 시행착오 등 모든 것을 다 공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다만 빈익빈 부익부, 소농의 소외, 양극화 심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모두가 로컬푸드의 철학과 가치를 소중히 아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Q. 어떻게 보면 로컬푸드와 연계됐다고 봐도 될 가을축제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축제이고 어디서 언제부터 하나요?

A. 올해로 3번째를 맞는 ‘완주 와일드푸드 축제’입니다. 와일드푸드 축제는 로컬푸드(얼굴있는 먹거리)의 가치를 지역 문화축제로 승화시킨 것인데요.

이달 27일(금)부터 29일(일)까지 고산 자연휴양림 일원에서 열립니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불을 피우자’인데, 화덕을 이용한 음식과 체험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간 사랑받았던 감자삼굿과 개구리 및 메뚜기 튀김 외에도 대통구이, 꼬치구이 등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천렵이나 체험장도 다양화와 편리함을 동시 추구에 추구하려 합니다.

Q. 아... 올해로 3회째군요. 이 축제가 짧은 기간에 매우 유명해졌습니다. 이유가 있다면?

A. 와일드푸드 축제의 성공과 주민참여형 축제로의 발돋움에는 4년간의 치밀한 준비와 주민의 열정적인 동참이란 밑거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역축제의 최종 지향점은 단체장의 치적홍보나 기득권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주민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한 소득과 지역 브랜드 제고가 아닐까요? 와일드푸드 축제는 그 목표를 위해 순항 중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 축제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 있는 것 같은데요. 군수님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A. 와일드푸드 축제를 시작할 때 주민들과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다른 축제와 다르게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중점적으로 노력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역이 자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완주는 시골이고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와 자연이 있습니다. 산과 들, 냇가가 있는 자연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또한 축제장에서 운영되는 모든 부스도 외부상인 없이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였습니다.

좀 서툴고 미흡한 면도 있지만, 내 집 앞 들과 산에서 얻은 채소로 만든 음식을 정성껏 준비한다는 마음가짐을 잘 지켜가려 합니다.

둘째, 축제 프로그램의 차별성입니다.

그 차별성은 기획사에서 찍어낸 붕어빵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무원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 축제장에 와서 메뚜기 잡기 체험을 해 본 아이들은 굉장히 즐거워합니다. 메뚜기를 잡아 강아지풀에 꿰어 구워 먹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구리·논우렁도 보고, 발밑에서 미꾸라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이 어디에서 그런 경험을 해 보겠습니까?

앞으로 완주 주민들이 지역을 살리고,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축제를 만들어 가려합니다.

Q. 마지막으로 완주군이 나아갈 길과 군수님의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짤막하게 답변해 주세요.

A. 우선, 전국적 이슈가 된 로컬푸드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려 농업농촌을 살리는 원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시킬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로컬푸드의 저변 확대와 소비시장 개척을 위한 공공급식사업을 주목해주길 바랍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을 가속화할 방침인데,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등 타 지역과의 연대를 강화시키고, 사회적 약자의 생활 기반을 지금보다 더 탄탄하게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완주 테크노밸리 조성 완공 및 기업유치 등 지역을 먹여살릴 100년 성장동력 구축을 위한 사업에도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익산시정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시겠지만, 앞으로 완주군에 대한 익산시민 여러분의 변함 없는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