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20대에 국가나 민족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 같다. 필자도 20대에 국가와 민족을 생각했고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는 나름의 결론에 이르렀다.

▲ 맑은정치포럼대표ㆍ정치학박사 이동우

운명적으로 고교 선배 이 협(李 協)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문하생으로 정치를 배워 어언 30년이 지났지만, 천성이 아둔하여 지금까지도 나만의 정치를 보여줄 기회를 얻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다.

필자가 정치생활을 시작한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 정치는 ‘이슈(issue)’만 넘칠 뿐 고단한 국민들을 위한 구체적인 처방은 찾을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국민들의 삶이 더욱 고단하다는 요즈음, 그 이유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한마디로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는 공자(孔子)의 가르침이 실종된 까닭이라 생각한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계강자가 정치에 대하여 물으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다. 그대가 바름으로써, 자신을 통솔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季康子 問政 子曰 政者正也 子帥以政 孰敢不正)’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올바른 정치지도자는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지도자로서, 다음 세대를 이끌고 갈 정치지도자를 양성하는 선배로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알고 있어야한다. 또 지도자의 자리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가 아니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자리라는 사명감도 철저해야 한다.

‘이미지정치’가 판치는 요즘, 정치의 일반적인 정의를 되새겨 보면, 정치란 ‘공동목표를 추구하는 활동이고, 갈등을 조정하여 조화 있는 삶을 추구하는 활동이며, 의무를 다하기 위해 권력을 수단으로 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정치인은 최소한 교양과 지식이 있는 상식인 이어야하고, 탐욕스럽지 않고, 이기적이지도 않아야 한다.

더불어 정권에 따라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갈대가 되어서도 안 되며, 자의적으로 적과 아군으로 갈라서도 안 된다.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반드시 개혁성, 도덕성, 안정성, 일관성, 통합력, 실천력 등을 겸비해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도 커졌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답게, 넉넉하고, 편안하게, 즐겁고, 당당하게 살고 싶어 한다. 정치도 이젠 국민들의 욕구에 맞추어 실천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치를 하겠다는 백 번의 약속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소중하며, 국민에 대한 진정한 사랑에서 비롯된 서민정신이 없으면 바른 정치는 이뤄질 수 없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망하듯 생산적인 정치활동을 하지 못한 정치인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물러나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들에 대해, 기회주의적이고 오만한 정치인에 대해 이제 국민은 단호해야 한다. 지역과 계층을 분열시켜 자신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정치인에게도 선거를 통해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존경하는 인물 선호도에서 늘 상위에 랭크되는 백범 김 구 선생이 바로 이런 조건을 거의 만족시킨 올바른 정치지도자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백범의 일생을 기록한 ‘백범일지’를 보면 최소한 백범은 정직했고, 겸손했으며, 애민, 애국심으로 마음을 가득 채운 분이었다.

조선시대 말기에 우리에게도 공자에 버금가는 위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목민심서’의 저자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은 ‘정치란 바르게(正) 함이요 고르게(均) 함’이라고 정의한다. 물론 공자가 설파한 논리를 종합해서 내린 결론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공자는 정치란 바르게 함이라고 말하고는 가난을 물리치는 것도 정치가 할 일임을 또 언급한다. 그러면서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분배의 불균등이라고 말했으니 ‘바르게 하고 고르게 함’이 정치가 할 일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바르게 되고 고르게 될까. ‘다산’은 여섯 글자의 비결을 제시한다. 어떤 고을의 원님이 고을을 제대로 다스릴 계책을 묻자 목욕재계하고 오면 가르쳐주겠다면서 세 글자를 가르쳐주고 나머지 세 글자도 또 다시 목욕재계하고 온 뒤에야 가르쳐 주었던 여섯 글자는 모두 ‘염(廉)’이라는 글자였다.

첫째 글자의 ‘청렴 염’자는 재물에 사용하고 둘째는 색(色)에 사용하며 셋째는 직위(職位)에 사용하라고 말한다. 일체의 뇌물은 철저히 배격하고 성생활에 청렴하고 직권은 절대로 남용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염(廉)이라는 글자의 효과를 설명한다. 청렴한 공직자라야 투명한 행정을 펼 수 있고 청렴해야만 공무원으로서의 권위가 서고 청렴해야만 강직한 공직자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서 여섯 글자의 ‘염(廉)’만이 정치를 잘하는 비결이라고 또 강조한다. 진실로 청렴하고도 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복잡한 일이 정치인데, 청렴만으로 반드시 해결될 수 없는 일이 많겠지만 청렴하기만 하다면 해결된다고 주장한 것은 그만큼 청렴이 중요함을 강조한 내용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다산’은〈목민심서〉에서 ‘청렴하지 않고서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不廉而能牧者未之有也)’고 까지 단정적인 주장을 했다.

‘정(正) 균(均) 염(廉)’...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이 한번 쯤 되새길 이야기라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