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근무했던 연평도 해병부대 선착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어머니 눈에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제대를 한 달 앞두고 말년휴가를 나오던 길, 선착장까지 나왔다가 포격소리를 듣고 부대로 복귀하는 중 북한의 포탄에 목숨을 잃었던 아들이었기에 선착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포격소리를 뒤로하고 그냥 귀향선에 올랐으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텐데….

▲ 최동철 익산보훈지청 보상과장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목숨을 잃었던 아들 서정우하사가 근무했던 부대에 방문한 당시 어머니의 모습이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갑작스런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젊은 저들은 꽃피우지 못하고 몽우리채 시들고, 가족의 가슴은 붉게 멍들었다. 그 날의 아픈 기억을 결코 잊지 못하는 연평도는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끔히 정리된 평온한 모습이지만, 안보교육 목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당시 포격으로 폐허가 된 주택들을 보면 그날의 참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당사자들의 아픔과 슬픔을 뒤로하고 두어 발 뒤에 있는 우리는 3년 전 연평도의 포격소리를 기억하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휴전상태의 세계 유일 분단국임에도 전쟁은 중동, 아프카니스탄, 소말리아 등 다른 나라의 얘기로 생각하고 평화롭게 지낸다.

평화의 환상에 빠져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젖어들면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 평화마저 잃어버릴 수 있음을 간과한다. 그리고 전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너무 쉽게 함부로 말한다. 전쟁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피와 목숨, 나라의 운명을 걸고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전쟁 확전의 두려움과 함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연평도 포격현장을 방문한 모 자치단체장은 바닥에 떨어진 술병을 집어 들고 ‘어, 이거 완전 폭탄주네’라고 말해 상황에 맞지 않은 농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모 국회의원은 바닥에 떨어진 보온병을 집어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고 했고, 옆에 있던 장군 출신 국회의원도 이에 동의했다는 내용이 알려져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있다.

국가안보는 우리와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장치이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려스런 것은 6ㆍ25전쟁, 천안함, 연평도를 돌아보면 우리의 당면 안보위협은 북한임을 알면서도 그리 우려하지 않는 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 국제사회의 중심국으로 자리 잡은 것은 흔들림 없는 국가안보에 기인됨을 알면서도, 국가안보는 내가 아닌 국가 또는 제3자의 몫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위기상황이 발생하자 몸소 실천을 보여준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에 뜨거운 희망을 가져본다. 연평도 포격도발 때 휴가 나온 연평부대 장병들은 부모님과 친구를 뒤로하고 자발적으로 부대에 복귀하고, 근무 위험도가 높은 해병대 지원자가 계속 늘어 최근에는 경쟁률이 4대 1을 넘어섰다.

우리는 평화시대가 아닌 잠시 전쟁을 잠시 중단한 정전시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됐고, 국민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도발에 분노 규탄하고, 안보 앞에서는 너나 따로 없이 ‘하나 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는 교훈을 되새겼다.

평화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지켜지는 것이다. 국제질서에서 힘없는 안보는 공허하므로 유․무형 전력을 키워야 한다. 국방 방위태세인 유형전력을 단단히 하고, 보훈정신인 무형전력을 굳건히해 다시는 ‘연평도 피격’같은 아픔을 겪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