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눈(雪)은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아름다움 뒤에는 불편함이 많이 따른다. 그 중에서 서민들이 가장 걱정되는 것은 미끄러움으로 인한 낙상(落傷)사고다.

▲ 맑은정치포럼대표/정치학박사 이동우

눈이 내리고 다시 얼고 또다시 눈이 내리는 날씨가 반복되면, 집밖은 온통 공포의 스케이트장이 되고 만다. 이렇게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빙판길 낙상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낙상사고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갑자기 넘어져서 근골격계에 부상을 입는 사고를 말한다. 겨울철에 낙상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이유는 빙판길과 눈길 등 낙상을 유발할 수 있는 외부요인이 많은 것도 있겠지만, 낮은 온도로 인해 몸의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한 순간의 사고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과 나이 드신 어른들의 외출이 걱정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관절 주변의 인대와 힘줄들이 뻣뻣해지면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을 받게 된다. 연세가 많은 노인들의 경우 골다공증이 있으면서 주변 근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넘어지기만 해도 뼈가 쉽게 부러지게 된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의 3분의1이 낙상사고를 경험했고, 이들 중 3분의2가 또 다시 낙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겨울철 노인들의 낙상사고는 흔하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넘어질 때 체중이 앞으로 쏠리게 되고, 이때 손목으로 바닥을 짚게 되어 손목이나 팔꿈치가 잘 부러지게 된다.

낙상사고를 예방하려면, 먼저 너무 무거운 옷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바깥 날씨가 춥다보면 두꺼운 옷에 목도리를 두르고 무거운 짐을 배낭 또는 양손에 들고 뒤뚱뒤뚱 걷기 쉽다. 이러면 유연성이 떨어져 균형감각을 잃기 쉬우므로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양 손에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야외 운동 시에는 꼭 미끄럼 방지용 신발 착용해야 한다. 낮에는 그나마 불빛에 빙판길을 구분할 수 있으나, 어두워지면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 미끄럼 방지 모래가 뿌려진 안전한 길로 걷거나 미끄럼을 방지하는 겨울용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특히 주의할 것은 연말연시 과음은 절대 금해야 한다. 술기운이 돌면, 몸의 균형을 잡기 힘들어져 낙상의 위험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또한 사고 후 빠른 대처를 취하기 어려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겨울철이면 집 안팎이 온통 지뢰밭이다. 이웃 전주시에서는 겨울철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이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내 집 앞 눈치우기’조례가 제정돼 있지만, 과태료 부과 등 강제조항이 없어 시민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전주시의 제설작업도 인력문제를 이유로 주요 간선도로에 치중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의문이다.

지난 2007년 제정된 ‘전주시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건축물 관리자(소유자 또는 점유자)는 건축물의 대지에 접한 인도와 이면도로 및 보행자 전용도로에 대한 제설·제빙작업에 책임이 있고, 작업 시기도 눈이 그친 때로부터 4시간 이내에 완료해야 하며 삽과 빗자루 등 작업도구를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과태료 등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명기돼 있지 않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맡기고 있어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한 실정이다.

전북소방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전북도내 겨울철 빙판길 사고는 매일 5회 이상 일어나고 있고 주로 노약자나 여성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소방관계자는 ‘눈이 오면 내 집 앞에 자발적으로 눈을 치우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우선 시민들이 조심해야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내 집 앞 눈치우기’ 조례도 강제성 있도록 제・개정하여 겨울철 안전사고를 줄이고 성숙한 시민의식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

이래저래 불안하고 위험한 겨울 한 가운데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