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말 그대로 묵은해(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때이다.

▲ 맑은정치포럼 대표/정치학 박사 이동우

영원에서 영원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잠시 잠깐 육신을 빌려 혼자만의 여행하고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임을 생각할 때, ‘해넘이’축제, ‘해맞이’ 축제 등으로 소란피우는 모습이 필자에게는 늘 낯설다.

한국정치와 정치리더십을 전공하여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필자이지만, 너무도 어렵고 알 수 없는 것이 현실 정치이다. 알고 있듯이 2014년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다. 따라서 정치현상 연구를 일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는 더 없는 학습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필자가 명색이 정치컨설턴트인 까닭에 도움을 청하거나 자문을 구하는 전・현직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이 많다. 필자가 만나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정치가 냉혹한 현실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구름 위를 걷고 있는 사람’이 있고,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도 있으며, 또 ‘자기최면에 걸린 사람’도 있다. 답답하고 안쓰럽다.

구름 위를 걷는 사람들과 자아도취, 자기최면에 걸린 사람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행태를 보인다. 이들은 일단 주변사람, 친구 등에게 본인이 출마해 보겠다고 의견을 개진한다.

그러면 주변사람과 친구들은 대부분 ‘도와주겠다’, ‘정치자금으로 돕겠다’, ‘당신 같은 사람이 정치해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말 그대로 ‘립 서비스’이지만, 당사자는 착각한다(실제로 살다보면 자신도 못 믿을 때가 많다). 자신이 출마하면 모두가 지지자 내지는 동조자뿐이라고...

냉정히 따져보자. 선거는 유권자인 타인(남)이 후보자의 소속 정치집단(당)과 정치철학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후보자의 이력과 경력, 혹은 공약 등에 마음이 움직여 자발적으로 투표장에 가서 한 표를 행사해야 만 겨우 한 표이다. 이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수천수만 표가 되어야 하고 그래야 당선이 되어 현실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한 표가 남의 호주머니에 있다면 살짝 훔쳐올 수도 있지만,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 훔쳐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유권자는 한 표를 행사할 때 수많은 변수에 의해 한 표를 결정한다. 단순히 친구, 같은 학교 출신, 같은 고향 출신, 같은 종교집단 출신, 같은 조상 출신이라고 한 표를 주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은 사람들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어느 정치조직(당)에 향해있는지(흔히 ‘민심’이라한다)를 잘 파악하고 그 민심이 머물고 있는 집단의 공천을 받아야만 당선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다.

익산역 광장에 움직이기가 불편하게 빼꼭히 사람들이 모이면 1만 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당선되려면 몇 만 명이 필요할는지 모른다. 그 많은 사람들을 돈을 준다고 모을 수 있겠는가, 악수를 했다고 표를 주겠는가, 자신이 그 들보다 얼마나 잘났다고 표를 주겠는가?

사실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 주변의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냉정하게 판단해 줘야 한다. 정말 진정한 친구라면 속된 말로 ‘뺨’을 때려서라도 말릴 일은 말려야 한다. 실제 있었던 사례이다(편의상 A씨라 하겠다).

A씨는 익산정치계의 원로이다. 몇 번의 의원을 지냈다. 현역시절에는 의회 집행부의 일원이었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의외로 낙선한 후, 다시 정치를 하고 싶어 가까운 주변사람들과 친구들에게 본인의 출마의사를 밝혔다.

반응이 나왔다. ‘그래 도와줄게, 자네는 당선 될 거야, ○○지역에서 자네를 이길 사람은 없지’ 등등 모두 우호적인 반응에 고무된 이 사람은 마지막으로 평소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를 찾아가서 자신의 출마의사를 표했다.

A씨의 친구는 정색을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야! 임마! 너 정신차려라! 니 시대는 이미 갔어, 너는 이미 흘러간 물이야!, ○○지역에서 누가 너를 기억하냐? 현역 의원 있지, 쟁쟁한 B씨 있지, 나름대로 지지세가 있는 C씨도 나온 다지, 니가 낄 자리가 어디 있냐? 그럴 여유가 있으면 너 정치할 때 고생한 제수씨하고 아이들에게 맛있는 고기나 한 번 더 사줘라!’.

A씨는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친구야! 고맙다. 너 같이 냉정하게 말해준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다. 니 말이 맞다. 난 정치 그만 할란다. 고맙다! 친구야! 니가 진짜 친구다.’ 실제로 A씨는 선거비용으로 사용할 돈으로 가족들과 외국으로 마음 편하게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잘 알려진 일본 정치 금언에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 이지만,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정치는 정말 냉혹한 현실이다.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은 자문(自問)하기 바란다.

나는 공인(公人)으로서 선공후사(先公後私)할 자질이 있는가? 수신제가(修身齊家)에 흠은 없는가? 공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있는가? 나의 출마로 인하여 주변(특히 가정)에 민폐가 되지는 않는가?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할 역량이 있는가?

‘지족지분(知足知分)’하는 삶이 자신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