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 갑오년. 주변국들이 우리 안방에서 전쟁을 하고 자국의 이익을 얻기 위해 혈안인데, 조정(朝庭)은 분열되어 희망보단 절망이 많았을 그 시절 힘없는 백성들은 어찌 살았을까. 그 후 두 회갑이 지난 2014 갑오년의 대한민국은 안녕한가.

▲ 최동철 / 익산보훈지청 보상과장

우리나라를 둘러싼 미중일간의 해상과 공역에서의 세력다툼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역내 열강들의 국익 충돌로 갈등관리 기능이 무너져 한 축이 기울면 무력충돌로 이어지게 된다. 구한말 조선 주변국들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한반도는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고 일본에 먹혔던 비극을 우린 기억한다.

한국과 일본은 전쟁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앞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을 놓고 한일간 사이버대결이 한창이다. 일본은 먼 옛날부터 갖은 약탈을 일삼고 우리 황제와 황후의 목숨을 빼앗는 등 갖은 만행을 저질렀다.

우리는 아픈 과거를 가슴에 묻고 미래를 향해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려 노력해 왔지만, 그들은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며 '독도는 지네 땅', '위안부 모르쇠'로 일관하고 '한국은 어리석은 국가'라고 놀린다. 총리는 보란 듯 신사참배를 하고 심지어 정한론(征韓論)까지 들먹인다.

일본과 전쟁하면 어찌되는가. 현대전은 해공전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일본은 2차세계대전 당시 전함과 전투기를 자체 제작한 바 있고, 현 보유 해공전력에서도 우리를 앞선다. 예를 들면 전투기 20대와 맞먹는 공중급유기는 1대도 없는데 저들은 4대가 있고, 최신에 F-15전투기는 60대인데 2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수 십대의 전투기를 동시에 떨어트리는 이지스함은 3대인데 10대를 보유하고 있다.

군사력에선 밀린다 치고 전쟁의 중요 요소인 나라사랑정신은 어떤가. 2011년 한국국방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전쟁 발발 시 직접 나서 싸우겠다는 응답은 12.1%로 일본의 41%에 훨씬 못 미치고, 외국으로 피하겠다는 응답은 10%로 일본의 1.7%보다 6배나 높다.

북한과 전쟁하면 어찌되는가. 지난 5일 국방정보본부장은 "남북이 일대일로 싸우면 남한이 진다"고 했으나, 국방장관은 7일 "북한이 멸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가소롭다며 "남한이 멸망한다"고 한다. 국민은 어처구니없는 혼란에 빠진다. 일본과 북한에 힘으로 밀리고 나라사랑정신도 뒤처지면 어찌되는가.

오는 22일은 고종황제 서거 95주년이다. 그의 재위 44년(1863～1907)은 임오군란․갑신정변․갑오경장․청일전쟁․을사늑약 등이 일어난 민족의 격동기였다. 그는 나라를 빼앗긴 심약한 황제로 알려졌지만 국권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을사늑약의 무효를 담은 밀서를 미국에 전하고, 러시아 황제와 이탈리아 국왕에게 친서를 보냈다.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이상준․이설 등을 파견하여 조선상황을 알리고, 1905년 조선을 방문한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 공주를 통해 외교력을 발휘했다. 강제퇴위를 당한 후에는 내탕금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지원하는 등 나라사랑마음이 가득했다.

"군사력이 우수해도 국민의 나라사랑마음이 낮으면 패망한다"고 역사는 말한다.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군사력건설과 함께 국민의 나라사랑마음 함양을 위한 교육이 절실하다. 군사력건설은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반면, 나라사랑교육은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금년도 약 10조원의 군사력건설 예산은 국회심의에서 통과됐으나, 전차(戰車, 흑표) 1대의 절반 값밖에 안되는 나라사랑교육 예산은 정치논리에 의해 30%나 깍였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나라사랑교육은 필수고, 정치․이념 등의 논리를 뛰어 넘음을 모르지 않을 터이다.

120년 전 주변국들의 고래싸움에 등터진 아픔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된다. 1910년 일본의 한 화가는 당시 조선의 모습을 닭들이 '여름 파리떼'처럼 서로 싸우고 있는 닭장으로 그려 어리석은 민족임을 풍자했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동족 간에 총부리를 겨누고, 조그만 땅에서 이념․계층․지역 간 다툼이 끓이질 않음을 그들은 어찌 보는가. 혹 고소하고 좋아해하며 우리가 예측 못하는 노림수가 숨어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