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전남 목포ㆍ58세)은 정치평론가이고 언론인이자 대학교수이다. 그는 책을 1년에 무려 10권 이상씩 출간한다. 세상 사람들이 강준만을 기억하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1995년에 출판한 문제작 <김대중 죽이기>가 세상에 나오면서부터일 것이다.

▲ 본 필자와 강준만 교수(사진 오른쪽)

당시 강준만 교수는 한국 현대정치사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김대중’을 정면으로 분석하고 나서면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김대중 죽이기>는 사회과학서적으로는 드물게 20만부 이상 팔리며 한국 출판계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이후 강 교수는 〈김영삼 이데올로기〉, 〈전라도 죽이기〉, 〈서울대의 나라〉등을 집필하며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근대사 산책》(시리즈), 《한국 현대사 산책》(시리즈), <강남좌파>, <입시전쟁 잔혹사>, <룸살롱 공화국>, <증오의 상업주의> 등 한국사회와 역사 전반에 걸친 폭넓은 주제를 다룬 책들을 펴내고 있다. 언론인으로는 한겨레신문의 ‘강준만의 세상읽기’, 한국일보의 ‘강준만의 쓴 소리’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강 교수는 또한 1998년부터 발간한 월간 《인물과 사상》의 주필로써 날카롭고 직선적인 문체를 선보임과 동시에 ‘안티조선일보운동’으로도 유명하다.

앞서 말했듯이 강 교수는 <김대중 죽이기>를 집필하면서 큰 명성을 얻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 책이 출간된 이후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강 교수는 그 후 <노무현 죽이기>도 집필했는데 노무현 또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강준만이 죽이면 그 정치인은 산다’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강준만 교수와 필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97년 전북생활체육협의회 총무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필자는 강준만 교수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대학원 석사과정에 지원하였다.

1차 심사를 통과한 후, 면접시험장에서 심사 위원이었던 강 교수는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하였다. “이과장님은 학부 전공도 행정학이고 현재 하시는 일도 언론과는 무관한데, 무슨 이유로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하셨나요?”

필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는 사회과학을 공부한 사람이라 아무래도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속된말로 개판이 된 가장 큰 이유가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놈의 언론이라는 것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강 교수와 심사위원들은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지었고, 필자는 합격하여 언론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강준만 교수의 지도로 석사논문을 쓰기도 했다.

석사과정시절 강 교수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독서를 요구하였다. 한 학기에 40여권의 책을 읽어야 했다. 그는 학문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가진 진정한 학자이다.

강 교수를 직접 만나기는 엄청 어렵다. 왜냐하면 그는 가르치는 일과 책 쓰는 일에 파묻혀서 잠시도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휴대전화도 없고 운전면허도 없다. 집에서 학교까지도 늘 편한 차림으로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또 사진 찍는 것도 싫어한다.(그는 자신이 못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이면 반드시 완주군 소양에 있는 ‘연석산’을 등산한다. 자전거와 등산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그를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필자는 알고 있다(*공개할 수 없음을 이해바라며 혹시 꼭 만나야 할 사람은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연락 바란다).

그가 운전면허가 없고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지식인은 언행이 일치되어야 한다’는 그의 소신 때문이다. 즉 지식인들이 말로만 ‘지구환경을 걱정하면서 가까운 곳을 가는데도 온갖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를 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지론이다. 대단한 일 아닌가.

강 교수가 지역차별과 지역갈등에 관심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본인의 ‘성장과정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필자에게 고백한 적이 있다. 강 교수의 선친은 황해도 해주출신 실향민 이다. 그의 선친은 한국전쟁이 나자 전남 목포로 피난하였고 강 교수는 그 곳에서 출생하였다.

초등학교를 목포에서 마친 강준만은 서울의 숭실중・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다. 졸업 후 MBC 라디오 PD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고 그가 PD시절 맡은 프로그램이 재미있게도 <폭소기동대>라는 코미디 프로였다. 그때 손창호, 이성미, 김학래, 엄용수, 정명재, 김정열씨가 출연했는데,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그러니까 강 교수는 어린 시절에는 목포에서 실향민 아들이라고 무시당했고 서울에 가서는 전라도 출신라고 무시를 당했단다. 대한민국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강 교수는 ‘안티 조선일보운동’ 뿐만 아니라 ‘안티 미스코리아운동’도 열심히 참여하였다. 그때마다 그는 한가지부탁을 했다. “피켓을 들고 ‘미스코리아선발대회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꼭 예쁜 사람들이 앞장을 서라.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의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반대운동을 한다고 일부 언론이 매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안철수 의원이 강준만 교수를 직접 만나 화제가 되었다. 일부 언론은 강 교수가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까지 했다. 단언컨대 그것은 ‘오보’이다. 필자가 아는 강 교수는 전북대 신방과 교수로 끝까지 남을 사람이다.

강준만 교수의 건승을 기원한다.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