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하는 반장선거.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밝히며 친구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 사무실

이들은 학교에서 정해준 룰에 따라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공정하게 선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정한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교육하기 위함 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전라북도당(타 지역은 배제하기로 함)의 공천을 보자면, 학교 학생들보다 못한 공천 선거에 '유구무언'이다. 원칙도 없고 꼼수 공천 등만 난무한 사실을 이곳 저곳에서 감지되고 많은 예비후보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새정치연합은 지난 4월에 살인, 강간, 강도, 절도, 폭력의 5대 강력 범죄를 저질렀거나 뺑소니로 인한 인명 사고, 음주운전으로 3회 이상 적발된 경우는 예외없이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또한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 또는 금고형 이상을 선고 받았거나 비리ㆍ성범죄 처벌을 받은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공천에서 탈락시키기로 했다.

다만 위와 같이 배제 기준에 포함된 후보자라 하더라도 새정치연합의 자격심사위원 중 3분의 2 이상이 공천에 동의한다면 공천하기로 한 명분이 조금은...

먼저, 익산지역 광역의원(도의원) 제1선거구의 경우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김영희, 이창필 예비후보는 컷오프 과정에 대해 분노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여성이지만 삭발까지 감행할 정도로 저항이 매우 컸다. 그리고 이 두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창필 후보는 “새정치연합은 익산시민들의 자존심을 유린했다”며 "전북도당의 공천은 전국적인 망신과 저급한 정치권력의 야합으로 종결돼 협박과 밀실야합, 전과자 공천 등 스스로 적시한 시행 세칙마저도 지켜내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김영희 후보는 "이번 광역의원 3배수 선정을 위한 1차 경선에서 서류심사, 면접, 여론조사 등 전혀 결격사유가 없다고 확신하는 후보를 컷오프로 탈락시키고 도덕성 문제의 의혹이 있는 후보가 선정된데 대해 익산시민들의 많은 분들이 납득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유권자인 시민을 너무 깔보는 처사라고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선 후보 선정 과정에 부당성을 제기하고 공천 결과를 수용하기 어려워 이 자리에 섰다"며 "후보자 추천 심사기준 중 여론 30%만 적용해 후보자를 선정한 것"이라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 두 후보가 주장하는 요지는 전과자 후보자가 있기에 서류 심사를 할 경우 탈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여론조사 30%만 적용해 후보를 선정했다는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심사 점수는 서류점수 50점(정체성과 정당기여도 15점, 사회봉사활동 10점, 업무수행능력과 전문성 15점, 도덕성 10점), 후보적합도 경쟁력(여론조사) 30점, 면접 20점으로 총 100점 만점으로 하기로 했다. 특히 여성은 15%의 가산점이 있기도 하다.

익산지역 광역의원(도의원) 제3선거구의 경우는 제1선거구와 같이 여론조사로만 했다면, 김연식 예비후보가 당연히 선정돼야 했다. 그런데 컷오프에서 탈락했다. 서류점수 등에서 4위였던 배수연 예비후보에게 뒤졌다는 것.

김연식 예비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제가 28%, 황현 후보 16%, 손문선 후보 15%, 배수연 후보 13%, 김상철 후보 6%로 나왔다"면서 "그런데 면접과정에서 여론조사 4위인 배수연 후보가 1위가 돼 결과적으로 의도적으로 저를 탈락시킨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배수연 예비후보가 컷오픈 서류심사에서 50점 만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그러다보니 여론조사 4위 후보가 최종 1위로 컷오프에 통과하게 됐다는 것이다.

제1선거구와 제3선거구의 서로 다른 심사 점수로 원칙도 없이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은 이 모든 점수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의혹들은 사실이 되고 ‘경선 불복’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익산지역 광역의원(도의원) 제2선거구로 가보겠다. 이곳은 너무나 완벽한(?) 원칙으로 인해 이동우 예비후보는 경선 여론조사 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이동우 예비후보는 “경선 여론조사비 1800여만 원을 입금하라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마련해 입금 마감시간인 오전 11시까지 입금했다”며 “도당 통장에 11:00:52라고 찍혀 있어 11시를 넘겼다는 이유로 원칙에 따라 경선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즉, 시계는 마감시간 52초를 넘겼다는 그 이유다. 아주 엄격한 원칙을 지킨 전북도당이 제1선거구와 제3선거구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을까?

익산지역 기초의원(시의원)에 대한 공천에서도 잡음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총 8개 선거구 중 눈에 띄는 곳은 ‘바’선거구다. 40대인 임형택 예비후보가 청년위원 전략공천자로 그리고 윤영숙 예비후보는 여성의무공천자로 내정돼 총 2명은 이미 확정됐다. 나머지 예비후보인 김정환, 이종현, 성신용, 백경민 후보들이 단 1석을 가지고 경쟁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40대는 청년이고 20대는 중년??? 청년위원 전략공천자로 내정하려 했다면 김정환 예비후보를 내정했어야 했다. 김 후보는 20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년위원 전략공천자는 40대이고 경쟁해야 하는 후보는 20대라는 점에서 원칙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단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기존의 후보들이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게 된 것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익산시장 경선이다. 시장 경선 여론조사 기관을 무작위로 일명 사다리타기 형식의 ‘복불복’식으로 선정하기로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전북도당에서 2곳을 마음대로 선정해 여론조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헌율 측 한 관계자는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를 무작위로 선정하기로 하고서는 전북도당이 일방적으로 2곳을 선정해 조사토록 한 것은 어느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 곳의 여론조사 기관은 박빙 승부로 나타났으나 또 다른 한 곳은 격차가 매우 컸다”며 “이것을 어떻게 믿어야 하는 지 아니 물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사실 불공정 경선은 이미 예견됐었다. 전북도당 공관위원이 익산시장 특정 후보를 찾아간 점과 위원장 마저 특정 후보를 찾으려다가 여론에 밀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칙도 없고 석연치 않게 특정 후보를 공천시키기 위한 꼼수처럼 보이는 컷오프와 경선으로 말미암아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의 신뢰도는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러니 각 후보들이 불공정한 컷오프와 경선, 그리고 석연치 않은 원칙 아닌 원칙을 내세워 불공정 공천을 했다며 직접 시민들로부터 심판받겠다고 나서고 있는 후보자들에게 새정치연합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들의 명분을 막고 ‘경선불복’은 있을 수 없다고 외치고 싶다면, 이제까지 심사한 자료와 여론조사 결과 모두를 공개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를 막을 명분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