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올 봄 ‘세월호’ 참사로 대부분의 여행이나 관광이 가을로 연기된 탓도 있지만 전국의 관광지마다 관광객이 넘치고 덩달아 쓰레기도 넘치는 모습이다. 이제 곧 추워질 것이니 더 늦기 전에 일상을 벗어나 정처 없이 떠나 보면 어떨까.

▲ 맑은정치포럼 대표/정치학박사 이동우

중국에는 ‘자식을 사랑하거든 1만 권의 책을 사주기보다는 1만km 여행을 시켜라’는 속담이 있다. 산 경험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민족성을 잘 나타낸 속담이라고 생각한다.

무소유의 삶과 좋은 글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법정’스님의 글 ‘버리고 떠나기’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사람의 행복은 얼마나 많이 소유하느냐 보다는 버려야 할 것을 제때 얼마나 잘 버리느냐에 있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므로 차지하고 채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침체되고 묵은 과거의 늪에 갇히는 것이나 다름이 없고 차지하고 채웠다가도 한 생각 돌이켜 미련 없이 선뜻 버리고 비우는 것은 새로운 삶으로 가는 통로이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

자식을 사랑하거든 더 늦기 전에 여행을 보내자. 가서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깨달아 겸허함을 배우고, 사람과 부대끼며 인간애를 배우며, 세상에 할 일이 많음을 깨달아 나아갈 길을 정하게 하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노인에게 여행은 지는 해와 같아 감상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나, 젊은이에게 여행은 솟는 아침 해와 같아 생동감을 주며 정신을 맑게 한다.

이 땅의 청년들이여! 여행을 떠나라. 가서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배우자. 책이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가서 배우고 지역을, 민족을, 세계를 가슴에 품고 와라. 개울물에서는 절대 좋은 수영을 배울 수 없다. 너른 바다에서 파도와 싸우며 수영을 배우면 물이 두렵지 않게 된다. 청년이여! 이제 떠나라, 넓은 세상으로…….

동행이나 가이드를 따라 떠나는 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무슨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훌쩍 여행을 떠나자.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자. 특별히 뭘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 곳이 가보고 싶어서 가보는 여행, 열차의 흔들림에 일상을 잊고 자신의 눈과 귀와 감성만을 믿고 정처 없이 떠도는 여행 그런 여행이면 더욱 좋다.

인생은 혼자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