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일) 오전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을 통해 급속하게 퍼진 '전주 붕어빵 소녀'이야기가 조금은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시민들의 따스한 마음은 한파를 녹일 정도였다.

SNS를 통해 알려진 내용은 '요즘세상에 이런 아이가 있네요'라는 제목으로 "전주 D병원에서 H 대형마트 쪽으로 건널목을 건너가면 작은 붕어빵 포장이 하나 있습니다. 예쁘게 생긴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매서운 날씨에도 손을 호호 불면서 붕어빵을 굽고 있습니다. 엄마가 붕어빵 장사를 해서 식구들을 먹여 살렸는데 그런 엄마가 간암이 걸려서 병원에 입원했답니다. 그래서 엄마 대신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서 붕어빵을 굽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앞쪽에서는 정신지체 오빠가 서서 같이 있는데 눈물이 한참을 멍하게 만들었습니다. 전주 사시는 분들 일부러라도 찾아가서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네요"라고 적혀 있었다.

▲ 한 SNS를 통해 급격하게 퍼져갔던 붕어빵 소녀 이야기(페이스북 갭쳐)

25일(오늘) 오전에 남학생이 붕어빵을 굽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들과 기자들이 찾아오자 매우 당황해 하는 눈치였다. 또한 오후에는 여학생이 굽고 있었지만 입을 굳게 다문 채 열심히 붕어빵을 굽기도 했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사진 촬영도 거부한 채, 딱 한마디 "붕어빵 팔러 왔습니다"라고만 하고서는 더 이상 말을 아꼈다. 이에 더 이상 인터뷰는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본 기자는 지켜보기로 했다.

오후 3시쯤 되자 사람들은 더욱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하는 한 시민은 "겨울방학이 되자 학생들이 붕어빵을 굽기 시작했다"며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 25일(월) 낮 기자로 보이는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 = 오명관)

이 학생들의 사연을 SNS를 통해 본 시민들 중 일부는 먹는물을 배달 중에, 병원차를 운행하다가, 택시타고 온 연인 등 다양했다. 전주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시민은 "이 학생의 사연을 보고 마음이 안타까워 도울 일이 있는 지 찾아보기 위해 왔다"면서 "장학금을 마련해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시민들은 붕어빵을 구입하지 않고 5000원, 만 원 등을 그냥 주고 가기도 하는 등 시민들의 마음은 매우 따뜻했다. 오랬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함에도 그 누구도 짜증내지 않고 3000원, 5000원 어치의 붕어빵을 사갔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찾아 온 것은 엄마가 간암에 걸려 생계를 꾸려야 하는 학생들의 처지가 안타까워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찾아 온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그런 이유로 찾아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SNS 내용이 100% 진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참으로 다행이었다. 엄마가 간암으로 병마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집안 사정이 어려워 붕어빵을 팔려고 나온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남학생이나 여학생은 매우 예민한 사춘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파가 몰아치는 날에 붕어빵을 팔려고 나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25일(월) 오후가 되자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사진 = 오명관)

SNS를 통해 알려진 내용을 보고 작은 마음이라도 보태기 위해 기꺼이 달려와 준 많은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은 아직도 정이 살아 숨쉬고 있고 따스한 나라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 같아 마음은 따스해졌다.

다만 SNS가 과장된 표현으로 관심을 유도하고 자칫 왜곡된 정보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 학생들이 왜곡되고 자극적인 댓글로 인해 자칫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 지 걱정된다. 분명 이 학생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붕어빵을 팔며 집안의 생계를 꾸려가려는 기특한 마음은 칭찬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