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로 정신 사나운 5월이 시작되었다.

1961년 5·16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와 첫 대면한 순간 윤보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올 것이 왔구나’였다 고 한다.

▲ 맑은정치포럼 대표/정치학박사 이동우

당시 장면(張勉) 총리 정부를 지지하던 경향신문도 (전략)‘이와 같은 사태를 초래하게 된 것은 궁극적으로 말해서 기성 정치인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부패, 무능과 파쟁의 소치라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니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감을 짙게 한다.’(후략)는 사설을 남겼다니 의미심장하다.

며칠 전 “못 말리는 자본사회…학벌마저 손들었다”라는 제목의 H신문 칼럼은 “1998년 출범해 대학 평준화, 서울대 해체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교육에 관한 우리 사회 인식에 큰 영향을 끼쳐왔던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가 최근 자진 해체를 선언했다”는 내용을 전한다.

이 단체의 대표 이철호(54)는 “지난 18년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학벌없는사회’는 단체로서의 활동을 중단하고자 한다. 이는 학벌사회가 해체되어서가 아니라 그 양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학벌은 더 이상 권력 획득의 주요 기제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노동 자체가 해체되어가는 불안은 같은 학벌이라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아름다운(?) 풍속조차 소멸시켰다. 자본의 독점이 더 지배적인 2016년 지금은 학벌이 권력을 보장하기는커녕 가끔은 학벌조차 실패하고 있다. 학벌과 권력의 연결이 느슨해졌기에 학벌을 가졌다 할지라도 삶의 안정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자신들의 ‘이유 있는 퇴장’에 대해 설명했다.

결국 이 단체의 해산은 우리 사회가 (신분)계층이동의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출신 계층에 따라 삶이 대물림되는 사회가 도래했음을 상징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명문대 졸업식에 등장한 ‘Y대 나오면 모하냐. 백순데’라는 현수막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좋은 학벌이 곧 (신분)계층 상승’이라는 공식은 점점 그 힘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하여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저자 홍세화(전 학벌없는사회 대표)는 ‘학벌에 의한 기득권 구조가 여전히 있지만 그보다는 자본의 위력이 너무 강력하다는 것’이라며 ‘이젠 부모의 배경 없이는 학벌을 갖기도 어렵고, 갖더라도 당대의 노력으로 부모의 격차를 메울 수 없는 정도가 됐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학벌없는사회’에서 활동하던 학벌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대학(S대)의 재학생들도 “지금은 편의점 알바 하러 가고, 등록금 대출 갚으러 일하러 가고, 학점 관리하러 가는 게 현실이 되었다고 자신들의 현실을 하소연 한다”고 하니 사회가 이렇게 변질된 것은 전적으로 이 땅에 사는 청년들 탓만이 아니다.

최근 화장품회사 J대표(52)의 도박사건 무마 로비 의혹 사건에서 전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고액수임료, 전관예우 등이 문제되면서 ‘법조게이트’ 사태로 번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는 필자의 소회는 오래전부터 ‘자본의 공습’을 예견하고 해결책을 같이 모색해 보자고 외쳤던 수많은 선각자들의 외침을 외면했던 우리 사회의 업보라는 생각에 심란하고 우울하다.

정말 ‘올 것이 온 것’인가.